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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치원 사태' 한유총 "억울"…여론은 "싹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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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영상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전국사회부인턴기자] [유치원단체, 돌발 기자회견 열고 반성 대신 "일부 문제" 항변…전면 개혁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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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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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드러난 '유치원 비리'로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전국의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의 잘못을 전체로 호도한다는 항변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억울함을 말하기 전에 이번 사태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유치원 사태와 관련 "송구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서도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비화시켜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신을 확산하는 소모적 양상으로 흘러가면 모두가 불행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유총은 "교육부에 학부모에게 (누리과정비를) 직접 지원하도록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10여년간 사립유치원 운영에 맞지 않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애초 한유총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개적으로 집단 행동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집회 대신 기자회견으로 일정을 변경했으며 장소도 두 차례 바꿨다. 여론이 계속 악화 되자 입장 표명 방식을 고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는 한국육아정책포럼 주최로 '사립유치원 사태 긴급토론회'가 진행됐다. 한국육아정책포럼은 이날 한유총 긴급 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이덕선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다.

이날 한유총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는다. 서울 노원구에서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는 최모씨(여·38)는 "이미 불투명한 유치원 운영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반성은커녕 변명에 급급한 듯한 태도에 실망스럽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전면적 개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유총은 이번 사태가 전체 사립유치원이 아닌 일부의 문제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11일 공개한 '2013~2017년 전국 시도교육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조사 대상 2058개 중 91%에 달하는 1878개 유치원에서 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가 아니더라도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규모가 큰 유치원 55개를 조사한 결과 54개 유치원에서 398건의 위반 사항과 182억원의 부당 사용액이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2개 유치원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91개 유치원에서 회계 부정을 적발했다.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그간 사립유치원이 벌여온 행태는 단순히 일부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한유총이 요구한 누리과정비 직접 지급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도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주장으로 지적된다. 김동훈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제도에 불만이 있어도 제도를 지키면서 부작용을 고쳐나가야지, 처음부터 지키지 않고 제도를 탓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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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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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총 측은 당국의 개입이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사립유치원은 초기 투자부터 경영까지 개인 설립자가 책임을 지는데 국·공립 유치원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공립 유치원 회계 시스템인 '에듀파인'의 사립유치원 도입이 무산된 것도 이런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은 많은 재원을 공적 영역에서 충당하고 있다. 연간 2조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예산은 물론 교사 급여 등 운영에 필요한 상당 부분을 지원받는다.

예컨대 매월 학생 1인당 방과후과정 7만원, 교사 1명당 교사처우개선비 59만원, 학급당 학급운영비 25만원·교재교구비 10만원 등이 추가로 사립유치원에 들어간다. 투입되는 예산은 국가가 기초 보육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매년 인상되는 추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부에서 사립유치원을 개인의 자산이라고 하면서 인정을 해달라 그러는데, 지금껏 그렇게 했더니 국가 예산을 이렇게 엉망으로 써왔던 것"이라며 "사실상 국가 예산을 받았기 때문에 공립의 개념으로 봐야 하고, 제대로 된 공적 감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를 개혁할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비리에도 한유총의 총파업 예고 등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반발에 개혁이 상당 부분 지체됐다는 것이다.

최지영 삼육대 육아교육과 교수는 "공적 회계시스템 도입은 유치원의 공교육 전환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과정 중 하나"라며 "다만 사적 재산이 침해받을 가능성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립유치원도 국공립 유치원처럼 운영위원회 회의록이나 결과에 대해서 공개할 수 있는 것들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법적으로 유치원은 교육기관으로 돼 있고, 예산 역시 공공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서민선 인턴기자 전국사회부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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