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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취임 50일 앞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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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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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채수환 정치부장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만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일자리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제31대 경기도지사 시절(2002~2006년) 자신이 '일자리 도지사'로 불렸던 일화를 소개하며 "정부는 기업이 활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그것을 위한 인프라를 깔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문재인정부가 일자리를 더 만들고 싶으면 일자리위원회부터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지사 시절, LG필립스LCD(현재의 LG디스플레이)가 7세대 공장을 짓는데 중국, 대만, 경기 북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는 헬리콥터를 띄워 사장단에 파주를 시찰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그의 대표적인 일화다. 판교 테크노밸리 역시 그가 도지사 시절 판을 깔아 만들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4년 동안 건설부와 싸워서 만든 단지"다. 손 대표는 "당시 경기도에서만 70만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전국에서 100만여 개가 만들어질 때였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손 대표는 이번에 정계에 복귀하며 그의 정치인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승부수를 띄웠다. 1993년 YS(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돼 경기도 광명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며 정계에 입문한 지 26년 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자리 문제가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됐다. 정부가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성공하지 못한다. 일자리위원회를 당장 해체해야 한다. 시장이 잘 돌아가서 기업이 잘되면 투자하고, 투자에 따라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제는 시장에서 움직이고, 일자리를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비난 여론이 많은데.

▷소득주도성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다. 이 정책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라 자영업자와 영세 상공인들이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폭만큼의 지불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가 앞서 '저녁이 있는 삶'을 주창했지만, 이것은 충분한 수입을 갖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 적용은 불가피하다.

―최저임금 차등화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차등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은 맞는다. 하지만 결국은 문 대통령과 이 정부 경제철학의 문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을 생각지 않고, 노동자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이데올로기 편향적인 정책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경질도 요구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을 잘못 입안하고 실행하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경질돼야 마땅하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에서 '이렇게 하라'고 시켜도 '아닙니다'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와 장 실장에게 '학교에서 잘못 배우셨다, 실제 현장에서는 그게 아니다'고 직언해야 한다. 김 부총리 스스로 생각은 그러지 않으니까 '최저임금, 문제가 있다'고 슬쩍 말만 하고 보수층 인기만 얻고 있다. 하지만 실행은 안 한다. 예스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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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 비핵화·남북평화 상황은 어떻게 보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첫째는 '자기가 살아야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경제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위해 지금까지 개발해온 핵무기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평화 정착 과정이 그렇게 빨리 되진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 데 30년 걸렸다. 북한이 핵무기 가지고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얻을 거 다 얻어내고, 완전하게 북한 체제가 공개적으로 보장됐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완전 포기는 어렵다. 문 대통령은 조급성을 버려야 한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기본적으로 평화 정착의 길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성원해줘야 한다. 그러나 비준동의 문제는 구체성과 상호성이 담보돼야 한다. 정부가 제출한 비용 추계는 우선 내년에 쓸 돈인데, 이 문제는 내년만 하고 끝날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 것이고 우리 정부가 얼마를 지원하고, 국제적인 차관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인지 등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충돌이 잦은데.

▷판문점 비준동의 문제는 국회의장과 3당 대표가 모여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상황을 보고 나서 하자'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평양 가기 전에 비준동의를 해달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평양 가는데 국회의장, 당 대표들 보고 같이 가자고 했다. 당 대표는 정권 가지고 서로 싸웠던 사람들인데, 이들 보고 '나 수행하라'는 것은 의전상 맞지 않는 얘기다. 국회를 우습게 아는 거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임명 건도 그렇다. 유 부총리는 고(故) 김근태 의장과의 인연도 있고 개인적으로 친하다. 하지만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내지 않았으면 대통령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은 전원책 변호사는 '보수 단일대오'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최근에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했다. 가운데에서 오른쪽(중도·보수)이 비어 있다. 한국당이 있지만 정치적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제1야당인데 할 줄 아는 게 국회 계단 앞 피켓시위밖에 없다. 한국당은 박근혜(전 대통령)가 만든 당이고 박근혜를 만든 당이고, 박근혜를 탄핵 구속시킨 당이다. 역사에서 한국당은 없어져야 할 당이다.

―바른미래당이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데.

▷바른미래당이 위기다. 통합부터 껍데기 통합이었다. (통합 출범 이전에)영호남 의원들도 빠져나갔다. 영남 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 둘밖에 없다. 호남은 의원들이 많이 민주평화당으로 갔지만, 당원들과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갔다. 공중분해될 상황이긴 하다. 그러니까 손학규 보고 나와서 통합해 보라고 한 거다. 좌우, 보수·진보, 영호남의 통합이라는 가느다란 불빛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손학규가 저 불빛을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을까 기대한다. 내 마지막 열정을 여기에 쏟아보자, 그만한 가치가 있다 싶었다.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여당이 최근 전향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우리는 대통령제고, 그 안에선 양당제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제가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계속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초기 경제발전이 급하고 정치적 안정이 필요할 때는 대통령제가 권위주의적 체제로 작동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다당제로 돼 있다. 다당제에서 어떻게 정치·경제 발전에 기여할까 생각해야 한다. 합의제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결국 내각제 개헌 논의는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것인가.

▷문 대통령이 대통령 헌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게 절차뿐 아니라 내용도 잘못됐다. 촛불혁명은 대통령 중심의 패권주의를 버리고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하고 분권화로 가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연임제'를 내놨다. 개헌안을 국회에 내놨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거다. 국회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거다. 내가 주장하는 개헌은 대통령중심제에서 총리중심, 의회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의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다.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서 의회를 다당제로, 연합정치로 만들면 의회의 책임이 높아진다. 책임이 주어지면 신뢰가 생길 것이다.

■ 주52시간 도입전에…2012년 '저녁이 있는 삶'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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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대표가 정치 활동을 하며 제시해온 '어젠다(agenda·의제)'들은 당대에 작지 않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내놓은 이 의제는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고, 정시퇴근을 하자는 구호가 아니다. 당시 손 대표는 '이스털린의 역설'에 주목했다. 한 사회에서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킬 만큼 소득수준이 높아진 후에는 경제가 성장해도 더 이상 사람들의 행복감이 늘지 않는 현상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정책 목표를 성장 과실을 나누고, 개인의 삶과 사회의 발전이 병행하도록 하는 데 맞춰야 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 지금도 손 대표에게 저녁이 있는 삶은 여전히 추구해야 할 이상향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도 손 대표가 수년 전 제시한 어젠다 가운데 하나다. 그는 2011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 중소기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소기업부를 신설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손 대표의 당시 공약은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7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되며 현실로 이뤄졌다.

손 대표가 현재 내세우는 어젠다는 무엇일까. 그는 "민생경제"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줄곧 민생경제를 강조해온 셈이다. 그가 '저녁이 있는 삶'을 설명하기 위해 2012년 출판한 동명의 책의 부제는 '손학규의 민생경제론'이다.

▶▶ He is…

△1947년 시흥 출생 △1965년 경기고 졸업 △1973년 서울대 정치학 학사 △1988년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1988~1993년 인하대·서강대 교수 △14·15·16·18대 국회의원 △1996년 보건복지부 장관 △2002년 경기도지사 △2008년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2010년 민주당 대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 △2017년 국민의당 대선 공동상임선대위원장 △2018년 바른미래당 대표

[정리 = 이윤식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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