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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숨진 채 발견된 어린이집 보육교사, 알고보니 예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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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3일 경기 김포의 한 보육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맘 카페에서 부분별하게 신상을 공개하는 것을 처벌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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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학대 의심만으로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예비 신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6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50분쯤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앞에서 김포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38)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A씨 곁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이어 “내 의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XX야 그때 일으켜 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원생 학대를 부인하는 내용과 함께 가족 등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경찰은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동료 교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였다. A씨와 같은 어린이집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 교사를 잃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 교사는 게시글을 통해 “피해자인 해당 (아동) 어머니는 괜찮다고 이해해주셨는데 친척분이 오히려 원장과 부원장의 사죄에도 큰소리를 지르며 교사에게 물까지 뿌리는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식장에서 만나야 할 시부모님을 장례식장에서 만나고 어린이집에 피해를 줄까 봐 혼자 모든 걸 안고 간 A…”라며 “동료의 반, 실명, 사진이 공개되는 건 너무나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앞서 이달 11일 자신이 일하는 어린이집 나들이 행사 때 원생 1명을 밀치는 등 학대한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상태였다. 당시 근처에 있던 한 시민이 “특정 어린이집 조끼를 입고 있는 보육교사가 축제장에서 원생을 밀쳤다”며 “아동 학대인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는 A씨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대 의심 아동의 친척이 A씨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까지 공개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고, A씨는 사건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의 범죄 혐의점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아동학대 사건은 내사 종결로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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