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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새는 아빠한테 배운 노래를 갈고닦아 구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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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뇌연구원 연구팀 ‘신경과학저널’ 논문

아기새 비브라토 조절해 실력 향상시켜

연습 통해 최상 음정 얻은 뒤 암컷 유혹

“구조 밝히면 성인 외국어 습득 가능”

미국 에머리대팀은 노래 학습원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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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이 아기 새는 아빠 새한테 노래를 배운 뒤 실력을 갈고닦아 최상의 음정으로 노래를 부르며 암컷을 유혹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뇌연구원은 16일 “고지마 사토시 책임연구원이 아기 새가 노래를 배울 때 뇌의 특정회로를 이용해 비브라토 조절 능력을 키운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 10월호에 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카나리아, 꾀꼬리 등 노래하는 명금류의 아기 새가 아빠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따라 하면서 노래하는 법을 배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이런 모방학습은 인간과 새뿐만 아니라 돌고래, 코끼리 등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아기 새가 어떻게 노래를 만들어내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어린 금화조가 지저귀는 소리를 분석해 이 명금류가 노래를 배울 때 음성의 흔들림 곧 비브라토(목소리를 상하로 떨리게 하여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기교로 바이브레이션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키며 정확한 음정의 노래를 배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새가 내는 소리를 분석해보니 비브라토와 같은 음의 흔들림이 보이고, 이 흔들림이 아기 새에서는 크게, 어른 새에서는 작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미숙한 발성기관이 안정된 소리를 내지 못해서 생긴 현상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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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화조의 소리를 좀더 정밀 분석해보니 이 새가 비브라토를 상황에 따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컷 새가 단독으로 발성연습을 할 때는 비브라토가 크지만 암컷에게 구애할 때는 비브라토가 작아졌다.

연구팀은 또 노래의 흔들림이 ‘대뇌피질-대뇌기저핵 루프’라는 신경경로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 경로의 신경세포가 비브라토의 크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기 새는 뇌의 특정 신경회로를 이용해 비브라토를 능동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연구팀은 “아기 새가 흔들림을 이용해 노래의 구조를 항상 체크해 노래 실력을 향상·유지한다고 생각된다. 아기 새처럼 모방에 의해 어른의 말을 획득하는 인간의 아기도 비브라토와 같은 흔들림을 이용해 음성패턴을 발달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한국뇌연구원 뇌신경망연구부에서 연구하고 있는 고지마 연구원은 “대뇌기저핵이 인간의 언어습득에도 중요한 부위로 보인다. 언어습득의 비밀을 풀면 성인이 돼서도 외국어를 완벽하게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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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은 새들이 어미새한테서 노래를 배울 때 사람이 말을 배울 때와 마찬가지로 가장 적합한 뉴런의 명령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오류를 통째로 기억한다는 사실을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새들이 감각운동학습의 시행 착오를 거쳐 가장 적합한 명령만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경우의 수를 통째로 기억하는 것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논문 공저자인 일리야 네멘만 에모리대 생물물리학 교수는 “동물은 완벽한 뉴런의 명령이라도 원하는 결과를 매번 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무엇인가를 배울 때 변동성에 대비해 많은 가능성을 탐색하고 추적해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니스 라켓을 휘두르는 법을 배울 때를 예로 들었다. 네멘만 교수는 “우리가 라켓의 스위트 스팟(가장 최적의 위치)으로 공을 쳐내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매일 우리가 휘두르려고 라켓을 들 때마다 매번 조금씩 다른 경험을 한다. 몸 상태가 다르고, 라켓과 공이 다르고, 환경 상태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몸은 이런 여러 상황 변화에 대응해 공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전체적인 명령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명금류인 벵갈 핀치한테 미니어처 헤드폰을 씌워주고 인위적으로 음조를 들려주면서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새들은 가장 최적의 노래 방법을 찾으려 할 뿐만이 아니라 다양하고 폭 넓은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을 통해 새들은 작은 오류들은 교정하는 법을 배우지만 큰 단위의 오류들은 무시해버리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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