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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드라마 ‘아는 와이프’, 대한민국 30대 부부의 결혼생활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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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드라마 ‘아는 와이프’ 포스터


최근에 한지민, 지성 주연의 아는 와이프가 종영했다. 1회부터 16화까지 한회도 빠짐없이 재밌게 정주행 한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왜 항상 재밌는 드라마는 16회로 끝나 버리는 것인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나라 30대 부부의 결혼생활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 더욱 크게 공감이 되고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이혼전문변호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매일 적게는 3건, 많게는 10건까지 다른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들으며 살고 있다. 사무실에서 상담은 당연하거니와 가족, 친지, 친구들까지도 내 얼굴만 보면 결혼생활의 힘든 점에 대하여 토로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를 볼 때에도 꼭 결혼과 이혼에 대해 다룬 것을 찾아보게 되는 걸 보면 이 직업이 나에게 천직임에는 틀림없다.

나를 찾아오는 30대 부부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고 나면서부터 사이가 멀어진다. 임신기간 동안 한마음으로 아이를 기다리며 배를 어루만지고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태교를 하던 그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출산하여 조리원에서부터 다툼이 생겨 이혼까지 결심하는 부부도 꽤나 많고, 아이가 3세가 되기 전에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는 너무나 많다. 남편 쪽, 아내 쪽을 모두 대리하다보면 양쪽의 입장은 이러하다.

남편 쪽은 퇴근 후 육아를 돕는다고 돕는데 아내는 항상 불만뿐이어서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통을 토로한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경제적인 부담이 더 커져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일하느라 힘든 것은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아내 쪽은 전업주부의 경우 온전히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것 같고, 육아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한다. 워킹맘들은 회식 한번 참여하지 못하고 육아를 하는데 똑같이 돈을 벌어도 남편은 아이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한다. 몸이 3개여도 모자라다며 눈물을 쏟아낸다.

위 드라마에서 이러한 우리네 30대 부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표현되었다. 극 중 차주혁은 업무에 치여 장인어른 기일하나 챙기지 못하고, 둘이나 되는 아이들 기저귀 한번 갈아줄 시간이 없다. 와이프는 항상 자신을 질책하는 것만 같고 자꾸만 집에 들어오기 싫어진다. 극 중 서우진은 사랑하는 남자 하나 믿고 결혼해서 자신의 커리어는 모두 포기하고 아이들을 키우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 여기며 점점 부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부부는 tv드라마 속 주인공들만의 일도 아니고, 나의 사건 당사자들만의 일도 아니다. 대부분의 30대 부부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남편들의 육아휴직이나, 야간에 합리적 금액으로 아이케어가 가능한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사회적 시스템을 그 원인으로 들 수야 있겠다. 그러나 꼭 시스템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부부가 어떤 마음으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지에 대한 약속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자녀가 어릴 때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본다. 첫 번째로 배우자 중 한사람의 태도의 문제다. 남편이든 아내든 자녀를 한쪽이 키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온전히 맡겨버리며 자신은 시간이 될 때 육아를 ‘도와주는’정도로 생각하는 경우이다. 이는 절대 남성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30대는 맞벌이 가정이 많고 여성이 남성보다 수입이 많고 일이 더 바쁜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경우 내가 더 돈을 많이 버니까, 내가 더 바쁘니까 자녀는 남편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녀는 아예 아이 아빠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맡아 키우는 경우 또는 아내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전담하여 키우게 된다. 자녀의 양육에 여건상 조부모가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주도권이 아이의 아빠, 엄마 즉 부부가 아니라 조부모와 엄마, 또는 조부모와 아빠에게 치우치면서 부부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자신의 부모와 팀을 이루고 함께 배우자를 공격하게 되며 이혼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조부모는 어디까지나 ‘양육보조자’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사건을 통해 깨닫곤 한다.

두 번째의 경우 임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서로에게 탓을 돌리는 경우이다. 돈을 벌어오는 쪽에서는 살림하는 쪽에 ‘사치, 흥청망청’이라는 단어를 붙이기 일쑤고, 가사를 도맡아 하는 쪽에서는 상대방에게 ‘무능력, 쥐꼬리’등의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자신의 고생을 인정받기는커녕 비난을 받게 되면 그 증오는 고생한 시간만큼이나 깊어지고, 그에 대한 응보감정으로 인하여 말을 점점 더 자극적으로 하게 된다.

위 두 가지의 경우가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30대들의 주된 헤어짐의 모습이다. 위 드라마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배우자가 아빠, 엄마가 아니었을 때의 모습을 보며 미안한 감정을 갖게 된 차주혁이 다시 서우진과 결혼하여 ‘아는 와이프’와의 새로운 결혼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진행하는 사건들 중에서도 소송기간 중 과거로 돌아가진 못하더라도 옛날의 서로의 모습과 추억을 떠올리며 재결합을 시도하는 현실 ‘차주혁’들이 많이 있다. 부부사이의 깊어진 감정의 골을 해결하는 그 시작은 바로 ‘함께’라는 인식과 역할분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칭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돈은 내가 버니까, 아이는 당신이 키워’의 개념이 아니라 맞벌이를 하든, 한쪽이 가사 일을 전담하든 간에 둘 사이에서 낳은 아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반반이라는 인식, 그리고 그 무게가 조금 다를지언정 그것은 역할분담의 문제이지 책임분담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 그것만이 우리 지금의 30대 부부가 미래의 자녀 결혼식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남이 아닌, 언젠가 공원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백발의 부부가 될 수 있는 열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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