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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기윤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건너서 타는 게 빠르다" 하차 유도 택시기사는 승차 거부에 해당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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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기자] [Q] 택시기사 A씨는 승객 B씨가 탑승 후 목적지를 말하자 "목적지가 반대방향이라 건너가서 타는 게 빠르다"고 안내했고, B씨는 "건너가서 타겠다"며 택시서 하차했습니다. 이때 택시기사 A씨의 위와 같은 행위를 승차거부 행위로 보아 택시기사 운전자격을 정지한 것을 정당한 처분으로 볼 수 있을까요?

[A] 택시기사의 편의성을 위해 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승차거부'라고 합니다. 승차거부의 유형에는, 택시기사가 고객의 목적지를 원하지 않는 경우, 이동거리가 가까워서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 짐이 많거나 노인, 취객 등 택시기사가 싫어하는 승객인 경우 등이 있습니다.

택시기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승차 거부를 하는 것은 모두 불법 승차거부에 해당하고, 과태료 또는 자격정지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승차거부 한 택시기사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차량번호, 기사의 성함, 회사명(고유번호), 날짜·시간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최근, 질문의 사안처럼 승객에게 반대편서 택시를 타라며 승차를 거부한 택시기사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택시기사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자격 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택시기사는 "승객 행선지가 반대 방향이라 '조금 돌아가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승객이 '건너가서 타겠다'며 내린 것"이라며 징계가 부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배포한 '승차거부 단속 매뉴얼'에 따르면, 여객이 행선지를 물어보면 반대 방향서 타도록 유도하면서 승차시키지 않는 행위도 승차거부로 보고 있다"는 점과 "승객에게 '건너가서 타는 것이 빠르다'고만 얘기했을 뿐, 조금 돌아가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어보며 승객에게 선택권을 준 것으로까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택시기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택시기사의 운전자격을 정지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승차거부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승객에게 '선택권'을 제시했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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