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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초격차 10년]①경쟁사 못따라올 기술..`슈퍼사이클` 오자 노다지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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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10년 어떻게 바뀌었나

2008년 4분기 9400억 영업손실서

매출 4배, 영업익 20배 이상 증가

D램 세계 점유율도 15% 가량 늘어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분기별 실적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9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적자의 60% 가량은 당시도 세계 1위였던 메모리 반도체(5600억원)에서 나왔다. 얼마 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삼성전자가 2009년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자신의 책 ‘초격차’에서 “초격차 전략은 규모나 자본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진정한 초격차 의미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차세대는 물론 차차세대까지 대비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수년 이상 벌리는 전략이다.

초격차 전략 10년, 삼성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올해 영업이익 컨세서스(전망치)는 약 50조원으로 초격차 전략 첫해인 2009년(2조 4200억원)과 비교해 20배 이상 늘어났다. 매출도 같은기간 4배(26조원→95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24년 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마저 넘어섰다.

점유율도 더 높아졌다.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시장 점유율도 D램 기준으로 2008년 말 30.3%에서 2018년 2분기 44.5%로 14.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2년 6월 당시 D램 시장 4위였던 마이크론(11.6%)이 3위 엘피다(12.4%)를 인수하며 늘린 점유율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초격차 전략은 경쟁사보다 최소 1년에서 최대 3~4년 앞선 기술 격차로 시장을 선점하고, 선제 투자로 압도적인 양산 능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업황에 좌우되는 ‘천수답(天水畓·빗물로 짓는 농사)’ 경영이 아니라 미래 수요까지 미리 대비하는 전략이 ‘슈퍼사이클’을 만들어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8년 간 반도체 사업의 연간 영업이익 최대치는 10조원 대였다. 그러나 2014년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과 2017년 평택 반도체 공장 등을 한발 앞서 완공, 2016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수요를 모조리 흡수해버렸다. 그 결과 2017년 영업이익 35조원, 올해 50조원이라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대약진)’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미·중 무역전쟁 등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놓여 있지만, 삼성은 초격차 전략을 통해 이미 반도체 고점 논란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2020년부터 본격 상용화가 예상되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홍수 시대’에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고점 논란 등 외부 변수로 꼭 우리도 흔들려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시기적으로 업황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초격차는 늘 한발 먼저 준비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초격차가 반도체에 국한돼 있고, 초격차가 무너질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삼성의 고민도 크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의 경우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커 미래를 이끌어갈 다른 먹거리가 나와줘야 하는상황”이라며 “삼성이 최근 집중하는 바이오나 AI, 전장 등에서 하루 빨리 반도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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