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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기고] 軍 의료체계 개선, 선택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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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한민국 헌법은 국방의 의무에 대해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껏 군 내에서는 가혹행위, 부조리, 차별 등 여러 문제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사회 전반에서는 헌법 규정에 입각한 국군 장병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돼 왔다.

현 정부는 최근 군 복무기간 단축 및 장병 월급 인상, 일과 후 휴대폰 사용 시범 운행 등 군 장병의 자율성 보장에 힘쓰며 국방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긍정적인 현상이고, 필요한 변화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으로 볼 수 있는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 문제가 군에서는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7월 국방부는 '국방개혁 2.0' 보고를 통해 군 의료 수준을 민간 수준으로 대폭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군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우선 전방지역은 사단급 이하 부대의 의무시설 개선 및 의료 인력 보강을 실시하고, 의무후송전용헬기를 배치하는 등 응급조치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후방지역은 권역별 4개 병원을 중심으로 군 의료 역량을 집중하고 국군외상센터를 설립하는 등 민간과의 의료 협력을 통해 군 의료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민간 협력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군 자체 의료시스템 향상에 주안을 둬야 한다.

먼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군 내 의료사고와 무면허 불법 진료 등 부실한 군 의료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최근 조사에서도 군 병원에서 의료기기 업체 직원이 수술에 참여하는 등 의료행위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군의관들은 의료 인력이 부족해 이와 같은 일을 벌였다고 해명했지만,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군 장병들의 보건상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노후화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군 병원의 의료시설들은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얼마 전 군 복무 중인 한 연예인이 군 병원에 입원했다가 1인실 사용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특혜 시비를 떠나 군 병원의 열악한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국가를 위해 복무 중인 병사들이 교도소 수감자 수준의 낮은 의료 수준을 제공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 병원의 노후 의료 시설 개선 등 근본적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모든 군 장병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선진화된 의료시설을 구축하고, 의료 접근성 및 형평성 제고를 위한 작업을 단행해야 한다.

더불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신종 감염병의 확산에 대비한 의료시설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최근 3년여 만에 환자가 발생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군 내에서의 관련 시스템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전무하다. 실제로 일부 군 병원을 제외하면 음압병동은 물론 최소한의 감염질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음압구급차, 음압덮개 등이 하나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음압구급차는 감염성 질환에 걸린 환자들을 이송 단계부터 격리 조치해 바이러스의 외부 확산을 원천 봉쇄하는 선진형 응급 구조 차량으로, 군 의료시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군 장병들이 대형 의료시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제2, 제3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차적인 방호벽 역할을 한다. 고전염성 질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음압의료체계인 음압구급차와 음압덮개 등 선진화된 의료설비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장병들은 군인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 기본권이 보장됐을 때 비로소 강한 군대가 완성될 수 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군 장병들의 생명과 건강은 군 의료체계가 개선돼야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

[최영진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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