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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실무 총책’ 부른 검찰…사법농단 ‘몸통’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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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 임종헌 첫 소환

박근혜 청와대와 법원 연결 ‘고리’

윗선 양승태 향한 수사 본격 시작

경향신문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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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이 15일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0)까지 의혹의 뿌리가 닿아 있는 수사의 바로 앞 ‘길목’에 있다. 사법농단의 ‘몸통’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옛 법원행정처 법관 블랙리스트 운용과 불법사찰 의혹(경향신문 2017년 4월7일자 1·10면 보도)이 제기된 지 1년6개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날 심야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임 전 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수사기밀 유출, 법관 사찰 등 의혹에 간여해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법원 안팎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1·구속)과 청와대에서 비밀 회동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양 전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출신인 차한성(64)·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공모 여부를 추궁할 방침을 세운 것도 이런 혐의 때문이다.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수사 상황에 따라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검찰은 지난 4개월간 전·현직 판사 30여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임 전 차장에게 적용한 죄명은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국고손실 등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을 차례로 지내면서 대부분의 사법농단 관련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본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관련 행정소송에서 청와대와 법원 간 통로 역할을 하면서 재판에 간여한 혐의가 대표적이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 재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인 김영재·박채윤씨의 특허소송에 대해서도 청와대 요구사항을 재판부에 전달하고 청와대에 재판 정보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전인 2016년 11월 ‘VIP직권남용죄 관련 법리모음’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이 2015년 서울남부지법 재판부가 낸 ‘한정위헌’ 심판 제청을 취소하게 하고, 같은 해 일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모아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할 때 임 전 차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두 사건에 대한 범죄 혐의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혐의가 많은 만큼 이르면 16일 재소환을 비롯해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는 ‘양승태 대법원’ 때 고위 법관들 수사와도 이어진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출신 전직 대법관 등 ‘윗선’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차장은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법원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져 있는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는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다.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법적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

유희곤·조미덥·정대연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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