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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정은도 "탈북자" 말하는데…시대착오적 조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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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에 대한 고정된 관념, 판문점·평양 공동선언 이행할 수 있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 출신 기자를 취재 현장에 나가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과 관련, 탈북민에 대한 차별은 아니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경우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15일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 이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선일보> 김명성 기자의 고위급회담 취재를 제한한 것에 대해 "평양 공동선언 이행 방안을 처음 논의하는 중요한 회담이고 판문점의 장소적인 특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김 기자가 (회담) 현장에 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판단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평양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답했다.

김명성 기자가 회담에 취재를 갈 경우 회담이 원만히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그렇게 판단했다"면서도 왜 원만한 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탈북민 출신인 김 기자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북한하고 김 기자님 현장에서 (취재) 하는 것 관련해서는 사전에 논의된 것 없다"고 답했다.

김 기자가 탈북민이기 때문에 취재에 제한을 둔 것이고, 이는 곧 탈북민 출신 기자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 아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그런 차별을 한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남한 기자였다고 해도 김 기자에게 내린 것과 같은 결정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오늘 남측에서 기자가 몇 분 가지 않았나"라며 남한 기자가 아닌 탈북민 기자이기 때문에 취재 제한을 둔 것임을 시인했다.

결국 김 기자의 취재 제한은 그가 탈북민이기 때문에 북한이 껄끄러워할 수 있고, 이를 우려한 정부가 북한을 배려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이 탈북민 출신 취재진이나 기자를 껄끄러워 한 적은 있었다. 특히 과거 북한 당국의 요구에 따라 탈북민에게는 금강산이나 개성, 평양 등 북한 지역의 취재가 허용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문점의 북측 지역이 아닌 남측지역이었기 때문에, 설사 북한이 불편해하더라도 북한이 해당 기자를 취재진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당 기자를 제외해달라고 기자단에 요청하기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또 조 장관이 김 기자의 취재 제한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면서 내세운 명분인 평양 공동선언에는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상호호혜의 바탕 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며, 이산가족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게다가 지금은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던 박근혜 정부 때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남북 정상은 비공개 회담까지 포함해 올해만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실향민들과 탈북자들,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의 만남에 기대를 가진 것을 보았다"고 말해 남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조 장관이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의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다면, 또 김정은 위원장이 탈북자라는 말을 할 정도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려 했다면 김 기자가 취재현장에 나오는 것에 대해 북한이 반발을 하더라도 오히려 현실의 변화를 명분으로 북한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조 장관은 여전히 북한이 탈북민을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고, 여기에 남한이 협조하지 않으면 회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구시대의 경험을 마치 불변의 진리인 양 간주하면서 이 사안을 처리했다. 이러한 국무위원이 새로운 시대에 탄생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기자 :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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