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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MT리포트]정부, 유치원·어린이집 비리 척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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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진우 양영권 문영재 남궁민 기자] [편집자주] 곪은 게 터졌다. 어린이들을 위해 써야할 돈이 사설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의 호주머니로 향하고 있었다. 학부모 등 국민들이 분개한다. 큰 상처를 입었다. 머니투데이가 원인을 분석하고 현상을 진단했다.

[the300]텅빈 우리아이 식판, 교육비는 원장 쌈짓돈 “생활적폐 중에 가장 나쁜 적폐”

머니투데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에 반대하는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복도로 나가 대화하고 있다. 2018.10.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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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의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에 나선다. 국고 지원금을 횡령하는 ‘가장 나쁜 생활 적폐’라는 판단에서다. 아직 수면 밑에 있는 어린이집에 대한 회계 관리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유치원(교육부)과 어린이집(보건복지부)은 담당 부처만 다를 뿐 국고 지원, 운영 등의 방식은 유사하다. 실제 사립 유치원 비리가 불거진 이후 어린이집 비리 관련 청원과 제보가 쏟아진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관련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사립유치원의 부패·비리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는)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하듯 할 일이 아니고 현장을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하는 사안이라 그런 프로세스(절차)를 밟으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현재 교육부 주관으로 유치원 회계 관리감독 방안을 준비 중인데, 보건복지부 역시 어린이집 회계관리 방안을 마련해 이달 말께 교육부와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부처가 분주해진 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 파장이 거세진 때문이다. 국민 세금 낭비는 물론 아이 교육·보육과 직결된 문제다. 인터넷 포털에 ‘유치원 부실 식단’, ‘어린이집 부실 급식’ 등을 검색하면 부모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사진과 글이 차고 넘친다. 아이들 교육에 들어가야 할 돈은 허튼 곳에 쓰인다는 심증이 이번에 확인되면서 부모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세금으로 운영비 절반 정도를 충당한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회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그동안 유치원·어린이집 비리는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져서다. 유치원·어린이집이 사각지대에 ‘놓인 게’ 아니라 정부·국회 등이 ‘만들어 준’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번 유치원 등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국회의원도 지역 여론을 장악한 이들과 맞설 위치에 있지 않았다. 학부모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절대 ‘을’이었다.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아동 학대를 비롯 안전문제였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이기에 사법 당국이 잡아내기에 쉬웠고 언론도 다루기 용이했다.

물론 어린이집 지원금에 대한 회계 관리는 사립 유치원보다 투명한 편이긴 하다. 개별 어린이집은 정부나 민간이 개발한 회계관리시스템을 통해 인건비나 물품비용을 항목 별로 입력해야 한다. 복지부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어린이집별로 입력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겉으로만 투명할 뿐 속은 비슷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자 고백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어린이집 비리 관련 청원은 40여개에 달한다. 제주지역 한 학부모 카페 회원은 ”유치원 비리 만으로도 다들 혼란스럽지만 어린이집 쪽도 만만치 않다“라며 정부 감사를 촉구하는 글을 남겼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는 원아 부정 등록을 통한 보조금 횡령이다. 원아 부정 등록은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아이를 원생으로 등록해 1인당 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지역 학부모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원장이 다니지 않는 다른 아이의 등록을 요구했지만 거절하기 어려웠다“면서 ”내 아이를 이미 맡긴 상황에서 원장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하소연했다. 투명한 회계 처리 이면은 어둡다. 예컨대 물품을 사면서 영수증 처리를 해 깔끔하지만 물품은 원장이 가져간다. 물품 대금 중 일부를 돌려받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회계 관리 문제가 사립유치원보다 투명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있을지 모르는 부정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아교육법 개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패키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정진우 양영권 문영재 남궁민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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