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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 인터뷰 "5G는 보안이 생명…아차하는 순간 대재앙 터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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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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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G) 통신은 자율주행이나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5G는 기지국 단위에서도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보안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

향후 자율주행차나 의료 분야 등 사소한 실수로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에 적용되기 때문에 작은 보안사고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세계 3위 통신장비 업체인 노키아(핀란드)의 라지브 수리 회장은 최근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은 내년 3월 세계 최초 이동형 5G 통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 현재 이동통신사 등이 관련 장비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5G 상용화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도 적극 나서면서 전 세계 통신 강국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둘러싸고 보안 문제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통신장비업체 간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화웨이 등 경쟁업체 보안 이슈에 대해서는 정작 말을 아꼈다.

수리 회장은 "과거 3G가 뚫리면서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주고받는 세상이 열렸고 LTE(4G)가 확산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공유경제라는 신시장이 활짝 열렸다"며 "5G 시대에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등과 함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이 본격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수리 회장과 일문일답.

―5G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효과는.

▷5G는 인터넷과 같이 세상을 바꾸고 산업 전반을 뒤흔들 본질적인 기술이다. 과거 인간의 달 착륙처럼 인류에 큰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과거 증기선이 달성한 것보다 더 뛰어난 삶의 질을 구현해낼 것이다. 5G로 새로 만들어질 수익만 12조달러, 일자리는 22만개에 달할 전망이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고화질 영상을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획기적인 속도 개선은 물론 데이터 전송 비용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데이터 수용능력 면에서도 4G의 100~1000배에 달할 전망이다. VR, AR 등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다. 야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를 집에서도 마치 현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많은 산업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이다. 4G가 3G에 비해 단순히 속도만 높였다면 5G는 소비자들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5G를 통해 가장 발전을 이룰 산업은.

▷전통 제조업은 물론 헬스케어와 물류 분야가 큰 혜택을 볼 것이다. 가령 5G 앰뷸런스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의료 분야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구급차로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이제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담은 영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병원으로 보낼 수 있다. 병원 도착과 동시에 최적의 수술과 치료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시티 역시 5G를 통해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최근 중국의 스파이칩 논란이나 5G 장비 선정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데.

▷5G에 있어 보안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5G는 자율주행차, 의료 등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기존 통신장비와 마찬가지로 5G 장비 개발 단계마다 보안 점검 절차를 거치고 있다.

특히 5G는 주파수 대역을 쪼개 여러 분야에 분산 적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능이 있다. 네트워크를 쪼개 로봇에도 사용하고 자율차에도 사용하는 것이다. 수많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이뤄지는 만큼 보안 중요성은 더욱더 중요하다. 국방용 장비에서처럼 국제기구를 통한 보안 인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사 화웨이에 비해 노키아가 가진 비교우위는.

▷노키아는 전 세계 수많은 통신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 NTT도코모는 해외 업체 중 유일하게 노키아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버라이즌, 티모바일의 5G 장비 사업도 수주했다. 전 세계 주요 시장인 미국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모든 통신사와 협력하는 유일한 회사다. 특히 유·무선을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포트폴리오로 4개국의 모든 통신사와 4G부터 구축했던 강력한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5G는 무선뿐 아니라 코어망, 백업망 등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엔드투엔드 업체 경쟁력이 특히 중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장비 적합성 인증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현재 적합성 인증 신청을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조만간 완료될 예정이다.

매일경제

―5G가 4G와 차별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론도 있는데.

▷2G로 무선 통화가 가능해졌고 3G는 모바일 이메일 시대를 열었다. 4G는 모바일 기술을 활성화하며 우버,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공유경제의 촉매제가 됐다. 과거 새로운 세대의 통신시장이 열렸을 때도 똑같은 회의론이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업들이 계속 생겨날 것이다. 산업적으로도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올 것이다. 노키아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기술을 개발해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면 이후에 새로운 제품, 서비스 등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5G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5G 시장은 4G 시장보다 훨씬 크고 산업적 스펙트럼도 넓다. 주파수 대역도 굉장히 광범위해 소비자를 위한 네트워크뿐 아니라 산업적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존 2G·3G는 7~8년이 교체 주기였는데, 5G는 최고 정점에 이르는 것만도 10년이 걸릴 만큼 오랫동안 통신 인프라로 지속될 것이다. 단순히 사물과 기계가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을 넘어 지능형 제품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기존 1~4G 시장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 라지브 수리 회장은…
노키아를 휴대폰 제조사서 통신 장비회사로 변신 주역

핀란드 제지회사로 출발했던 노키아는 1987년 처음으로 휴대폰 시장에 진출했다. 2007년 전 세계 휴대폰 시장 40%를 휩쓸며 1위를 차지할 만큼 승승장구했다. 이후 불과 6년 만인 2013년 노키아는 한때 전 세계를 호령했던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며 추락했다. 스마트폰으로 급격히 무게중심이 이동한 휴대폰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좇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2년 만인 2015년 노키아는 미국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 단숨에 2~3위 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고비마다 주력 업종을 과감히 전환하는 카드로 반전 드라마를 써 온 것이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회장은 "노키아는 1990년대 이후 휴대폰 회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고 2014년 다시 네트워크 회사로 탈바꿈했다"며 "용기 있는 결정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게 바로 노키아가 지닌 강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4년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한 뒤 노키아는 지멘스, 모토로라, 파나소닉의 네트워크사업부를 인수해 업종 전환에 나선 뒤 2015년 유선통신장비업계 강자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를 품에 안았다. 단숨에 강력한 유·무선 포트폴리오를 구축함으로써 2~3위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로 발돋움했다.

노키아의 다음 승부수는 5세대(5G) 이동통신이다. 수리 회장은 "5G 시대를 맞으면서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한 시너지 효과가 본격 발휘될 것"이라며 "5G 시대를 선도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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