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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아마존에 쓰러진 '과거의 영화'…시어즈, 파산보호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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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뉴욕법원에 파산보호 신청…부채 1500억원

150개 매장 즉각 폐쇄 예정…올들어 주가 80% 빠져

뉴스1

미국 캘리포니아 주 리치먼드에 위치한 시어스 매장. © News1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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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미국 최대 소매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132년 역사의 시어스(Sears Holdings Corp)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카탈로그 쇼핑'으로 미국 중산층의 소비 문화를 주도하던 시어스는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에 밀려났고 현재는 1500억원이 넘는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시어스는 15일(현지시간) 0시 직후 뉴욕주 화이트플레이스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시어스는 이날 만기가 돌아온 1억3400만달러(약 1520억원)의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1886년 리처드 W. 시어스가 설립한 시어스는 197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전역에 매장 3500개를 운영하는 최대 유통 업체였다. 20세기 초 작은 시계 점포로 출발한 시어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국민이 TV,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대표 쇼핑몰로 자리 잡았다.

시어스는 쇼핑 문화에 카탈로그를 도입한 최초의 업체이기도 하다. 농장이나 작은 마을에서 자급자족하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소규모로 구입하던 미국인들에게 카탈로그를 통해 대량생산 제품을 구입하는 건 혁신적이었다.

또한 1973년 시카고에 세워진 높이 527m의 시어스 타워는 준공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명성을 얻었다.

시어스는 여러모로 아마존의 초기 버전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우편 서비스를 통해 성장하는 국가의 가장 외딴 지역에까지 진출했고 시카고의 300만평방피트(27만8700㎡)의 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해 배송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창고형 대형 할인점 월마트의 등장으로 1989년 최대 소매기업 자리를 내줬다. 2000년대 들어선 온라인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영업이 더욱 어려워진 시어스는 2005년 대형 유통업체 K마트에 인수합병됐다.

지난해 초부터 1250개 매장 중 400여곳이 문을 닫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올해 7월에는 본사가 있던 시카고의 마지막 매장을 폐쇄했다.

2007년 195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지난 12일 종가 기준으로 41센트까지 추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80% 넘게 빠졌다. 2016년 초 31만7000명에 달했던 시어스 인력은 현재 8만8000명으로 대폭 축소됐다.

시어스는 150개 매장을 즉각 폐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1억3400만달러의 대출금을 갚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이를 위해 5억~6억달러 가량의 대출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 대출 자금은 나머지 점포 운영 및 자산 매각 등에 활용된다.

시어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CNN은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늘어난 부채로 고전하면서 토이저러스, 본튼, 짐보리 등 대기업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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