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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희소금속 바나듐이 뭐길래···그걸 쓴 업체 전부 적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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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광물 중 가장 가파른 가격 상승세

바나듐 들어가는 철강 제품 수익성 급락

공급 부족에 차세대 배터리 등 수요 커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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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금속 바나듐. [사진=포스코경영연구원]


희소금속 바나듐(V)의 가격이 3년 사이 10배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바나듐을 원료로 사용하는 철강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나듐은 강철에 소량(전체 중 평균 0.5% 미만) 들어가 강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특히 고속 절삭 공구나 크랭크축 같은 자동차 부품, 제트엔진, 가스터빈에 많이 들어간다. 미사일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바나듐(오산화바나듐 기준) 가격은 2015년 12월 둘째 주 파운드당 2.38달러에서 올해 10월 둘째 주 파운드당 24.3달러로 10.2배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파운드당 10.05달러)와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올랐다. 바나듐의 가격 상승세는 전체 광물 중 가장 가파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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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둘째 주부터 올해 10월 둘째 주까지 주간 바나듐(오산화 바나듐) 가격 추이. [사진=한국광물자원공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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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철강업체 "바나듐 들어가는 제품들, 전부 적자전환"


철강업계는 바나듐을 많이 취급하는 특수강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한 중견 철강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바나듐이 들어가는 제품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7%가량이었는데, 올해 전부 적자로 전환했다"며 "해당 제품들의 생산을 중단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견 철강업체 B사 관계자는 "바나듐 가격이 오른 만큼 철강 제품 가격을 올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바나듐의 가격 상승세가 산업계 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바나듐이 오르니 대체재인 니오븀의 가격도 상승세"라며 "비축 중인 니오븀을 방출해 가격 안정화에 나설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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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 등에 들어가는 크랭크축. 높은 강도를 내야 해 희소금속인 바나듐을 다량 포함한다. [사진=http://www.infinite-gar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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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듐 가격 폭등, 공급 부족에 차세대 배터리 등 수요 커진 탓


바나듐 가격이 폭등하는 주요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바나듐 수요량은 8만3000t가량에 달하는데, 공급량은 7만9000t가량에 그쳐 4000t이 모자란 상황이라고 업계는 파악한다.

바나듐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 가격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바나듐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11월부터 지진에 따른 건축물 피해를 막기 위해 신축 건물의 표준 철근 강도를 높일 예정인데, 이 조치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바나듐 수요량은 연간 1만t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중국을 중심으로 차세대 2차 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도 바나듐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신재생에너지(풍력·태양광 등) 발전의 생산량 편차를 줄여주는 백업 배터리로 바나듐 배터리를 쓰도록 장려한다. 다른 배터리와 비교해 대용량으로 쓰기에 값이 싸고 안전한 데다 충전주기·수명이 길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전 세계 주요 10개국의 바나듐 배터리 수요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80% 증가해 7000MW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올해 1월 다수의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바나듐의 주요 수요처는 철강에서 배터리로 바뀔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는 생산되는 바나듐의 90%가량을 철강 산업에서 소화하고 있다.

바나듐, 리튬 누르고 배터리 대세 될까


한편 바나듐이 리튬을 누르고 배터리의 대세 금속으로까지 각광받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는 공통으로 "바나듐 배터리는 차세대 사업으로 검토 중인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당분간 리튬 이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우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바나듐 배터리는 장점도 많지만, 자동차나 스마트폰용으로 쓰기에는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단점이 있다. 유럽에선 바나듐을 독성 물질로 분리해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등 환경오염 논란도 있다"며 "바나듐 배터리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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