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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라오스댐 붕괴’ 논란 다시 커지나···국조실, 내일 관계부처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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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건설이 지난 7월 붕괴한 라오스댐을 시공하며 공사기간 단축 및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무리하게 이윤을 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 자금이 투입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지만 성실시공보다 조기완공에 초점이 맞춰져 ‘부실시공’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조정실은 오는 16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현재 라오스 정부가 진행 중인 사고 조사 현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SK건설의 ‘2012년 집중경영회의’ 문건을 보면, 라오스댐 시행사인 PNPC는 2012년 8월 공사비를 6억8000만 달러로 하는 주요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에는 공사금액 외에 SK건설에 관리비 및 이윤으로 8300만 달러(공사비의 12.2%) 보장,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절감액 2800만 달러는 SK건설에 지급, 조기 완공시 별도 인센티브 보너스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경향신문

SK건설 문건 속 라오스 보조댐(위)과 시공 완료된 라오스 보조댐 기본사양


이후 SK건설은 2012년 11월 집중경영회의를 개최해 설계변경권을 최대한 활용해 관리비 및 이윤을 공사비의 15% 수준인 1억200억 달러 확보한다는 전략을 만들었다. 이어 ▲댐 형식, 축조재료 변경, 사면 경사 조정 ▲설계 변형 항목 도급 반영 시 설계사에게 인센티브 부여 ▲별도 공사비 1900만달러 추가 절감 등의 세부계획을 세웠다.

■공사는 7개월 늦어졌는데 담수 기간은 2개월 빨리

김 의원이 가장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공사가 원래 계획보다 7개월 늦은 2013년 11월 시작했지만, 담수 기간은 당초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었다는 점이다. 보너스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담수 기간을 줄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SK건설과 PNPC는 2013년 11월 최종계약에서 “2017년 8월1일 이전에 조기담수가 이뤄질 경우 인센티브 보너스 200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라오스댐 사업은 일반 해외건설사업과 달리 ODA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조기담수 보너스 지급 계약은 신중했어야 한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성실 준법시공이나 수몰 주민들에 대한 사회·환경적 이익 보장에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SK건설 참여 유인과 이익 보장을 위해 조기담수에 인센티브 보너스 지급을 정부가 용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 추구를 위해 기본설계를 변경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기본설계 도면상 보조댐 5개 높이는 10~25m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3.5~18.6m 시공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SK건설 내부 문건에 공사비 절감 세부방안으로 설계 변경 등이 집중 거론됐다”며 “보조댐 높이가 시공단계에서 기본 설계 때보다 일괄 6.5㎝가량 낮아진 것은 공사비 절감 전략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기본설계 변경은 통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기본설계 변경은 발주처가 감리를 하면서 승인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보조댐 높이가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설계기준에 부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찾았다면 문제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도 “기본설계는 사업성을 판단하기 위한 컨셉트 수준”이라며 “다만 현재 라오스 정부가 사건을 조사 중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 심의도 없이 서둘러 집행된 예산

라오스댐 사업의 예산 편성도 불투명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오스댐 사업의 정부 지원이 결정된 2015년 5월 우즈베키스탄 교육정보화 2차 사업과 모잠비크 공공관리 정보화 구축사업, 베트남 렌강 및 황마이강 수자원개발 사업 등 개도국 차관 사업의 지원도 함께 결정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라오스댐 사업만 서둘러 예산 411억원을 자체 배정해 집행했다. 김 의원은 “다른 3건 사업은 국제개발협력기본법에서 정한 절차대로 국회 예산 심의와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사업 심의를 거쳐 2016년부터 차관지원을 시작했다”며 “유독 라오스댐 사업은 국회 예산심의와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사업심의를 생략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라오스댐 부실시공 논란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6일 한국수출입은행 국정감사에서 라오스댐 사고 원인 등을 묻기 위해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라오스 현지 활동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같은 날 국조실은 라오스댐 사고와 관련해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붕괴사고 초반에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대책회의가 자주 열렸다”며 “최근에는 라오스 정부의 조사 결과를 주로 서면으로 공유해왔는데 국감 등에서 언급되다보니 다시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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