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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82명 연평균 151일 출장, 100일 미만 출근…인사고과 최상위·수천만원 가욋돈 수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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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산하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

비용 외부 조달 제도 탓에 연구보다 과제 유치 혈안

출장 안 간 연구원 0.3%뿐…변재일 의원 “관행 개선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소속 ㄱ씨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152일과 163일 출장을 갔다. 원칙적으로 강의·자문 등 외부활동 명목의 출장은 ‘월 3회’로 제한돼 있지만 월 10회를 간 적도 있다. ‘기관장 승인을 받으면 외부활동을 더 할 수 있다’는 내규 때문에 가능했다. ㄱ씨는 급여 외에 외부활동으로 2년간 3184만원의 수입을 거뒀고, 같은 기간 인사고과에서도 상위 등급인 S와 A를 받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15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 산하 26개 출연연 소속 연구원 1만97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16년 1월~2018년 8월 연평균 출장일수가 151일 이상으로 주 3회 이상 출장을 간 연구원이 82명(0.7%)으로 집계됐다.

1년 365일에서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약 250일이 남는다. 151일 이상 출장을 갔다면 연차휴가(15~25일)를 소진하지 않았더라도 100일 미만으로 ‘출근 도장’을 찍은 셈이 된다. 연평균 출장일수가 51~150일로 주 1~3회 수준인 연구원도 3255명(29.7%)에 달했다. 하루도 출장 가지 않은 연구원은 36명(0.3%)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연구원의 출장빈도가 높은 것은 대외 경쟁력과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에 따라 1996년 도입된 ‘PBS 제도(연구과제중심 예산지원제도)’ 탓이 크다.

이 제도는 출연연 인건비와 연구비를 이전처럼 전액 정부 출연금으로 보조하지 않고 최소 비용만 지원한 뒤 나머지는 프로젝트 발주처에서 직접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 목적과 달리 연구원으로 하여금 본연의 연구보다 외부에서 과제를 따오는 일에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또 다른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소속 ㄴ씨는 2017년 143일의 국내 출장 중 107일을 수탁과제 관련 회의에 동원됐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연구기관 협의 64일, 발주기관 협의 24일, 기타과제 협의 13일, 사업기획 협의 6일 등이었다. 해외출장까지 더하면 183일을 바깥에서 보냈는데 이는 연구원이 ‘실험실’보다 ‘출장지’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뜻한다. 이뿐만 아니라 ㄱ씨 사례처럼 강의·자문·평가·심의 등 외부활동을 이유로 출장을 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안정적인 과제 수주를 위해서는 연구보다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요청하는 회의나 발표에 참석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 의원은 “연구원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만큼 심각한 윤리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출장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출장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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