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산하 26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도덕적 해이’ 심각
비용 외부 조달 제도 탓에 연구보다 과제 유치 혈안
출장 안 간 연구원 0.3%뿐…변재일 의원 “관행 개선을”
15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 산하 26개 출연연 소속 연구원 1만97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16년 1월~2018년 8월 연평균 출장일수가 151일 이상으로 주 3회 이상 출장을 간 연구원이 82명(0.7%)으로 집계됐다.
1년 365일에서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약 250일이 남는다. 151일 이상 출장을 갔다면 연차휴가(15~25일)를 소진하지 않았더라도 100일 미만으로 ‘출근 도장’을 찍은 셈이 된다. 연평균 출장일수가 51~150일로 주 1~3회 수준인 연구원도 3255명(29.7%)에 달했다. 하루도 출장 가지 않은 연구원은 36명(0.3%)에 불과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연구원의 출장빈도가 높은 것은 대외 경쟁력과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분에 따라 1996년 도입된 ‘PBS 제도(연구과제중심 예산지원제도)’ 탓이 크다.
이 제도는 출연연 인건비와 연구비를 이전처럼 전액 정부 출연금으로 보조하지 않고 최소 비용만 지원한 뒤 나머지는 프로젝트 발주처에서 직접 조달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제도 도입 목적과 달리 연구원으로 하여금 본연의 연구보다 외부에서 과제를 따오는 일에 혈안이 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또 다른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 소속 ㄴ씨는 2017년 143일의 국내 출장 중 107일을 수탁과제 관련 회의에 동원됐다. 구체적으로는 공동연구기관 협의 64일, 발주기관 협의 24일, 기타과제 협의 13일, 사업기획 협의 6일 등이었다. 해외출장까지 더하면 183일을 바깥에서 보냈는데 이는 연구원이 ‘실험실’보다 ‘출장지’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는 것을 뜻한다. 이뿐만 아니라 ㄱ씨 사례처럼 강의·자문·평가·심의 등 외부활동을 이유로 출장을 가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안정적인 과제 수주를 위해서는 연구보다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서 요청하는 회의나 발표에 참석하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 의원은 “연구원이 본연의 임무에 소홀한 것만큼 심각한 윤리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 “과기정통부 차원에서 출장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출장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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