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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화학무기 사용해 시리아 내전 승리로 이끈 아사드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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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동구타에서 반군을 몰아낸 이후 시리아를 사실상 접수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2013년 9월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꾸준히 염소가스 등 화학무기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드 정권은 특히 이들리브 등 반군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만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시리아에서 2014년에서 2018년 현재까지 시리아에서 최소 106번의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했는데 이 중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5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이 아사드 정권의 소행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2013년 8월 구타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로켓 공격(281~1279명 사망 추정)의 배후로 지목된 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 가입, 모든 화학무기를 파괴하겠다고 밝힌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것이다. BBC는 “화학무기는 아사드 정권의 내전 승리에 필수적인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사진=EPA 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이 CWC에 가입한 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와 UN이 공동으로 2014년 6월 화학무기 1300t를 제거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독립적인 조사가 아닌 시리아가 신고한 시설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제법상 강제적으로 OPCW가 한 국가의 주요 시설을 사찰할 수 없는데 아사드 정권은 이런 성긴 규제를 악용했다고 BBC는 전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7년 4월4일 새벽 칸 셰이쿤에서 발생한 사린 가스 공격(최소 90명 사망)이다. 아사드 정권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OPCW는 2014년 시리아에서 수거한 화학샘플과 칸 세이쿤에서 확보한 사린이 같은 물질이란 점을 근거로 아사드 정권이 배후에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2014년 이후 발간된 164개 보고서 등을 통해 106건의 공격을 분석한 결과 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5건 확인됐을 뿐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51건의 화학무기 공격이 공습으로 진행되는 등 전투기를 보유한 아사드 정권이 100여건의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역·날짜를 보면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대부분의 화학무기 공격은 2014년 4월 하마·이들리브(18건), 2016년 11월 알레포(11건), 2018년 동구타(8건) 등 아사드 정권이 반군 점령 지역을 공격할 때 주로 발생했다. 채텀 하우스의 카티브 박사는 “화학무기보다 더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는 건 없고, 화학무기가 사용된 지역엔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아사드 정권은 탄약 등 무기가 고갈됐을 때 값싸고 간편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영국 주재 UN대사 카렌 피어스는 “(아사드가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는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며 “언젠가 정의가 실현되는 날이 올 것이다”고 밝혔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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