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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단독] 양주시 간부 '이상한 취업'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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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선 기자]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전직 시청 공무원이 퇴직 3개월 만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라는 족쇄가 있었지만 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그에게 '취업승인'이라는 열쇠를 쥐어줬다. 업무 연관성과 관계없이 유관기관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의 열쇠다. 그는 취임식을 치르고 업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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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양주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퇴직공직자 재취업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사건과 관련해 전·현직 간부 1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공정위 내부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접촉해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의 일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3년간 제한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출신 퇴직자들이 유관단체 등에 재취업해 로비스트 활동을 하며 안전관리와 감독에 부실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취업심사 범위와 기준이 강화됐다.

문제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부분이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퇴직 3년 이내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을 원하는 공직자는 취업 개시 30일 전에 취업승인 심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소속기관이나 공직 유관단체는 해당 공직자가 취업심사 대상인지를 확인해 검토의견서를 작성, 중앙행정기관에 보낸다.

각 기관서 공직위에 서류를 이송하면 제한·승인 여부를 결정해 각 기관과 신청인에 통지한다. 공직위 취업심사 결과 승인 판정을 받으면 취업제한 기관이라 할지라도 '프리패스'다. 실제 공직위의 퇴직공직자 재취업 승인율은 80%를 상회한다.

"전문성에 가중" 승인에"업무연관성 높다" 비판

최근 경기도 양주시서 한 전직 공무원의 재취업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1978년 공직에 입문, 40년간 양주시청 요직을 거쳐 지난 6월30일 퇴직한 이재호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 이사장은 시청 퇴직 이후 채 3개월도 안 돼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양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시청부설주차장,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양주국민체육센터, 재활용 선별장, 공중화장실, 광적생활체육공원 등 교통·스포츠·환경·체육 분야를 관리, 운영한다. 인사혁신처서 고시한 취업제한대상 기관으로 분류돼있다. 이 이사장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가기 위해선 공직위의 취업승인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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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전 공정위원장 그는 퇴직 직후 양주시청 감사담당관실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취업승인 심사 신청서을 접수했다. 양주시청 감사담당관실은 전 부서에 '퇴직공직자 취업승인 신청에 따른 검토의견 요청' 공문을 보내 이 이사장의 업무기간 동안 취업제한기관(시설관리공단)과의 업무관련성을 확인해 7월4일까지 회신해달라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재정보조, 인·허가, 검사·감사, 조세부과·징수, 계약, 법령상 감독, 사건수사 및 그 밖에 취업제한 기관의 재산상의 권리 등에 관계된 업무 여부'를 밀접한 관련성에 해당하는 업무 범위로 정해두고 있다.

환경위생과장, 산업환경국 기업지원과장, 세무과장, 자원시설과장, 행정지원국장, 기획행정실장 등을 두루 거친 이 이사장의 시청 재직 시절 업무와 시설관리공단 업무의 연관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이사장의 퇴직 당시 직위는 기획행정실장이다. 양주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에 따르면 기획행정실에 자치행정과, 기획예산과, 회계과, 세정과, 징수과, 민원봉사과를 둔다고 돼있다. 또 기획행정실장은 '주요 시정의 기획 및 연구에 관한 사항' '예산·투자 심사에 관한 사항' '회계·결산·계약·재산 및 청사 관리에 관한 사항' '지방세·세외수입·세무조사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맡는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에 양주시청의 기획행정실장은 시설관리공단의 당연직 이사도 맡고 있다.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 조례에 따르면 시의 인사·조직 업무를 관할하는 국(실)장을 당연직 비상임 이사로 하며, 임기는 그 재임기간으로 한다는 조항을 확인할 수 있다.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2017년부터 퇴직 직전인 올해 6월27일까지 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월27일, 2018년 4회 시설관리공단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 설치·운영 규정 일부 개정규정(안)' '제5대 이사장후보 추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계획(안)'이다.

양주시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을 다루는 이사회 명단에 현 이사장 이름이 있는데(이사장직에) 지원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취업심사 내용은 '깜깜이'인사혁신처 "공개 못 해"

시설관리공단 기획총무과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서 9월5일자로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 개정안을 내놨다. 개정안에는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관한 심의에 참여했을 경우 공개모집에 접수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 이사장은) 그 당시에는 공개모집에 응모할 자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재공고 끝에 4명이 지원한 후보들 가운데 최종 2인에 올랐고, 이성호 양주시장은 그를 이사장으로 낙점했다. 그리고 9월13일 취임식을 치르고 시설관리공단 5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 이사장이 그 자리에 갈 수 있던 이유로는 경기도 공직위의 취업승인 결정이 결정적이었다. 시설관리공단 측은 경기도 공직위의 결정을 따랐다는 입장이다.

공직위 운영을 담당하는 경기도 조사담당관은 "양주시 시설관리공단 건에서 심사대상자(이재호 이사장)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4조 특별한 취업승인 신청사유 9호를 선택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취업심사대상자가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자격증·근무경력 또는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라고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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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담당관은 "위원들이 심사대상자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전문성 쪽에 좀 더 비중을 둬서 결정했다.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당시 위원회에는 총 11명의 위원 가운데 8명이 참석했다. 참석 위원의 과반이 이 이사장에 대한 취업심사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 명단이나 이 이사장 참석 여부, 자세한 회의 내용 등은 비공개 사안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직위의 취업심사가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공정위의 재취업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직위의 취업심사 방식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인사혁신처에 공정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퇴직자에 대한 퇴직 후 취업심사와 관련해 취업심사 요청서 검토의견서 결정사유서 또는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승인' 어디든∼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민감한 개인정보 포함 공직위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교환 위축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분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인사혁신처는 취업심사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투명한 심사 운영을 고수하고 있다"며 "취업심사의 투명성을 높여 공직위의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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