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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보건복지부 "아이코스 유해물질 90% 감소 광고 막을 길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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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 김순례 의원 질의에 "정부가 광고 인증해주는 꼴 될 수 있어"

여론조사서도 "궐련형 담배 덜 해로워... 식약처 조사가 더 혼란 초래"

전문가들 "유해물질 줄었다고 인체유해성 그만큼 주는 것 아냐"

“전자담배도 해롭긴 마찬가지라고? 냄새도 덜 나고 아무래도 덜 해로운 것 같은데….”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분 함량이 낮은 것 그 자체는 사실이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는 니코틴·타르를 제외한 다른 가지 유해성분 함량이 기존 담배에 비해 88.4% 적었다.
그래서 고민에 빠진게 보건복지부다. 담배회사들이 ‘유해성분 평균 90% 감소’라는 식으로 자사 전자담배를 홍보하고, 자체 연구결과를 잇달아 발표해도 무작정 못하게 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국회 김순례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식약처에 담배 광고 현황을 묻자, 식약처는 “최근까지 약 2만개 담배판매점에 유해물질이 감소했다는 식의 궐련형 전자담배 광고가 붙어있었다”고 보고했다. 김 의원이 복지부에 “왜 담배회사 광고를 검증하려 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복지부는 “그랬다간 되레 유해성분이 감소한 것 자체는 사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광고 내용을 인증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금연정책이 전자담배라는 신종 복병을 만난 셈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인 56.6%였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흡연으로 인한 아파트 층간 다툼 해결에 도움이 된다’(66.3%), ‘담뱃불로 인한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80.6%)는 응답도 많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일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높게 검출됐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한 근거가 없다”는 식약처의 발표에 대해, 일반담배 흡연자 73.1%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발표라고 답했다. 리얼미터는 “식약처의 발표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에 대한 독일,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의 보건당국과는 상이한 데에 따른 혼란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해물질의 감소가 인체 유해성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람이 10층 높이에서 떨어진다고 해서 20층 높이에서 떨어질 때보다 절반만 다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국립암센터 교수)은 “담배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의 함유량과 흡연할 때 이를 흡수·배설하는 인체의 반응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면서 “아이코스를 금연 보조제 등으로 인식하거나, ‘덜 해로우니 아이코스를 피워보라’는 식으로 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 식약처 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 나온 결과들도 아이코스 내 유해성분이 일반담배에서 비해서 줄어들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유해성분이 다소 적다는 얘기지,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성분이 아예 안 나왔다는 얘기가 아니다.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 역시 일반 담배의 79.7% 수준으로 포함돼 있다.
미국에서 100만명을 20여 년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저니코틴·저타르 담배와 일반 담배 흡연자의 폐암 발생률 등이 비슷하게 나왔다고 한다. 중독 물질이 덜 들어 있으면 더 많이 흡연을 하기 때문에 피해의 총량은 큰 관계 없더라는 것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등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줄었다고 해서 흡연 관련 질병 발병률·사망률을 줄일 거라곤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WHO(세계보건기구) 역시 같은 이유로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일반 담배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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