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친정부모님 없이 일상생활 불가" 2018년 대한민국 워킹맘의 자화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워킹맘 중 10시간 이상 일하는 비중은 45%, 배우자는 80%로 부부 만으로 자녀를 돌보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보엄마 잡학사전-64] 출근 준비하기도 버거운 아침 시간,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기고 아이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기저귀와 분유 잔량을 체크해 제때 주문하는 것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작아진 옷을 정리하고 새 옷을 사는 것도 내 몫이다. 퇴근시간보다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일러 친정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아이 돌봄 관련 보육료가 가계의 큰 비중을 차지해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매달 적자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 한국의 워킹맘 보고서'에 따르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출근 전 가족 아침식사와 자녀의 등원·등교 준비, 퇴근 후 자녀 하원·하교, 가족 저녁식사, 숙제, 목욕 등 가사와 육아로 직장생활 외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맘 중에서 10시간 이상 일하는 비중은 45%, 배우자는 80%로 우리집이 그렇듯 부부만으로 자녀를 돌보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영·유아 자녀 10명 중 9명은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오기 전에 하원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워킹맘의 직장 생활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워킹맘은 결혼 후 약 10년간 영·유아와 미취학 자녀를 돌보면서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한다고 하니 갈 길이 구만리다.

친정부모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 10곳 중 5곳은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었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육아도우미 순으로 자녀를 돌봐주고 있었고, 양가 어머니는 학교와 학원 등·하원, 등·하교뿐 아니라 청소나 빨래, 음식 장만 등 전반적인 가사를 해주고 있어 실질적으로 본인의 자녀와 손주까지 두 세대를 양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정부모님께 송구해 우리 부부는 매일 저녁 각자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귀가한다.

내 월급의 상당수를 자녀 돌봄비로 지불하고 있었는데, 다른 가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워킹맘은 자녀 돌봄에 대한 보육료로 월평균 77만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영아 자녀는 96만원, 유아·미취학 자녀는 75만원, 초등학생 자녀는 58만원으로 자녀가 어릴수록 지출액이 높았다.

또래보다 일찍 결혼하고 출산한 까닭에 친구보다는 직장 동료나 선배에게 육아 정보를 얻곤 했는데 다른 워킹맘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에게 직장 동료는 자녀 연령에 관계없이 중요한 정보 채널로 인식되고 있었다. 워킹맘 10명 중 8명은 다니는 직장에서 계속 일할 의향이 있었는데, 그 이유로는 가정 생활 측면에서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되기 위해'(61%), 직장 생활 측면에서 '근로 시간이 적정해서'(33%)가 가장 높았다.

그밖에 자녀 양육에는 부부 외에도 최대 5명의 도움이 필요했고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부부를 제외하고 추가로 1명의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 워킹맘은 '일과 가사 병행의 어려움'(26%)을 개인·가정생활에서 얻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고 주 4일, 30시간 이상 소득 활동을 하는 기혼 여성 16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를 읽으면서 구구절절 내 얘기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부부가 퇴근 후 자녀 돌보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킹맘의 23%, 배우자의 20%가 퇴근 후 저녁식사나 집안일, 식사 준비 등을 제치고 자녀를 돌보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워킹맘은 주로 어린이집·유치원 하원을, 배우자는 자녀와의 놀이, 목욕, 취침 등을 전담하는 것으로 나타나 역할 분담 역시 우리 부부와 비슷했다.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다니기 어렵다는 구립 어린이집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엄마들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러다 보니 저녁 늦게까지 남겨질 아이들이 걱정돼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그마저도 안 되면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아 일찍 집에 오는 게 맞벌이 부부의 현실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과 방과 후 교실 등을 늘리면 좀 나아질까. 일과 가정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 하는 워킹맘이 애처롭다. 내년 워킹맘 보고서에는 덜 씁쓸한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