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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여행 +] 끔찍한 해골 분장…내 영혼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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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멕시코 하면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Coco)'가 떠오른다. 멕시코의 다양한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심축이 되는 건 바로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이다. 실제 매년 이 시즌이 되면 '코코'의 한 장면처럼 가정마다 제단을 만들고 가족마다 묘지에 금잔화를 가득 뿌린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은 수세기 동안 지속된 전통이다.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머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11월 1일 '성인의 날' 전날인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람들은 집 안에 특별한 제단을 꾸민다. 무덤은 사자(死者)를 위한 선물과 꽃으로 장식된다.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들이고, 먼저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리는 의식이다. 이 같은 멕시코 토착 공동체의 일상은 사회적 기능과 영적·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죽은 자들의 날을 전후로 멕시코 전역에서는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해골은 '죽은 자들의 날'의 트레이드마크다.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얼굴에 해골 그림을 그리거나 해골 코스튬을 즐겨 입는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나 귀부인 복장을 한 해골 캐릭터 카트리나의 의상도 인기다.

지역마다 명절을 지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른데, 멕시코 남부의 행사가 특히 화려하다. 멕시코시티에서는 중심가를 따라 대규모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거대한 해골 모형이 하늘을 떠다니고 퍼레이드용 무대차가 줄을 잇는다. 해골 분장에 전통 예복을 갖춰 입은 댄서들의 화려한 춤사위도 함께한다. 퍼레이드가 절정에 달하는 소칼로 광장에는 성대한 제단을 볼 수 있다.

멕시코 대표 휴양지 칸쿤에 위치한 스칼렛 테마파크는 '삶과 죽음(Vida y Muerte) 축제'를 10월 30일~11월 2일까지 개최한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죽음을 숭배하던 마야인들의 관습과 의식을 본뜬 것으로 고대 마야 문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올해의 특별 게스트로는 사카테카스주가 초청돼 춤과 음악 등 예술 공연뿐 아니라 최고의 미식 문화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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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남서부에 위치한 와하카주의 관전 포인트는 모래 그림이다. 죽은 자들의 날이면 사람들은 시내 곳곳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데 색칠한 톱밥과 분필, 반짝이로 꾸며 매우 화려하다. 모래 그림은 와하카 묘지 문화의 일부로 본래는 성인의 업적을 주로 그리지만 명절 기간에는 해골이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을 표현하기도 한다. 와하카 지역 사람들이 학교나 병원 관공서 등지에서 경쟁하듯 화려하게 장식한 제단을 구경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한편 북미권에도 멕시코인이 상당수 거주하기 때문에 죽은 자들의 날 전통은 계속해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미국의 멕시코계 이민자 가정에서는 가족이 모여 함께 제단을 차린다. 망자 사진을 올리고 마리골드, 음식, 촛불 등으로 장식한 뒤 가족이나 친지 외에도 사건·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를 올린다. 10월 31일인 핼러윈데이 전통과 섞여 아이들이 변장하고 사탕을 얻기 위해 이웃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죽은 자들의 날과 핼러윈데이, 무엇이 같고 다른 걸까? 죽은 자들의 날과 핼러윈데이 모두 1년에 하루 죽은 자들의 영혼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믿는 것과 산 자들이 변장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한쪽은 죽은 자들을 환영하고 이들과 함께 즐긴다면 한쪽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차이가 있다.

▶▶멕시코 죽은 자들의 날 축제를 보러 가려면

1. 멕시코시티=멕시코시티는 인천에서 직항으로 연결되는 멕시코의 수도다. 멕시코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로 볼거리가 넘쳐난다. 아즈텍 문명을 간직한 템플로 마요르를 비롯해 웅장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국립예술궁전, 스페인 지배 당시 세워진 건물로 둘러싸여 있어 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칼로 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독립 기념탑,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과달루페 사원,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둘러보자. 인천에서 비행기로 약 13시간.

2. 와하카=멕시코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와하카는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인구 30만명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멕시코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예술 정취로 가득하다. 골목마다 크고 작은 갤러리와 수준 높은 공예품과 그림을 파는 가게들,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칠해진 건물들은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10분.

3. 사카테카스=사카테카스는 멕시코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관광도시다. 유럽풍의 아름다운 건축양식이 핑크빛으로 이뤄져 '핑크 시티'라고도 불린다. 500년 역사 도시로서 멕시코의 문화유산이 완벽하게 보존돼 북쪽의 문명 중심지로 손꼽힌다. 덕분에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돼 멕시코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될 곳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30분.

[이지윤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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