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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수소차의 마법, 에펠탑 앞을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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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알마광장에는 '에어 리퀴드' 수소 충전소가 있다. 선명한 하늘색 바탕에 뭉게구름이 그려진 현대자동차 수소택시에서 운전기사가 내려 차량에 수소를 충전했다. 일반 주유소에서 가솔린을 주유하는 것과 방법은 같다. 충전을 완료하는 데 5분이 걸렸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을 해도 보통 30분이 걸린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파리는 수소충전소가 도심에 있지만, 한국은 수소에 대한 오해, 안전 기준 등으로 도시 외곽에 주로 설치되고 있다"며 "프랑스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파리 시내에만 5곳의 충전소가 있지만, 우리는 서울과 경기도를 통틀어 단 2곳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앞으로 프랑스에 수소전기차 수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오는 16일 프랑스 수소 기술, 에너지 회사들과 2025년까지 총 5000대의 수소전기차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5분 충전, 600㎞ 달리는 수소전기차

프랑스 스타트업 STEP(파리지앵 전기택시 회사)이 운영하는 투싼 수소전기차 택시는 2016년 5대로 시작해 현재 62대가 파리 시내를 달리고 있다. 파리의 수소전기차 택시는 오염 물질 배출이 없는 친환경 도심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행 과정에 오염 물질을 내뿜는 게 아니라 반대로 대기를 정화하기 때문이다. 수소전기차는 차량 내부 수소 탱크에 저장된 압축 수소를 연료 전지에 보내 공기 중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로 차량을 움직인다. 이 과정에 유해 배출 가스는 전혀 없고 물만 나온다. 대신 산소를 흡입하는 과정에 필터로 공기를 정화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2월 출시된 넥쏘 수소전기차의 경우, 1시간을 달리면 공기 26.9㎏이 정화된다. 이는 성인(체중 64㎏ 기준) 42.6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넥쏘 10만대가 2시간 주행하면 성인 35만5000명이 하루 동안 숨쉴 수 있는 공기가 정화된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수소전기차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수소전기차가 전 차종으로 확대돼 승용차 4억대, 트럭 1500만~2000만대, 버스 500만대가 보급될 전망이다. 특히 운행 거리가 길고 고정된 노선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교통, 트럭 등의 분야에서 충전이 빠르고 1회 충전으로 주행 거리가 긴 수소전기차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넥쏘의 경우 1회 충전으로 609㎞까지 달린다. 서울에서 대구를 왕복 운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2025년까지 프랑스에 수소전기차 5000대 공급

현대차는 오는 16일 프랑스 에어리퀴드, 엔지사와 수소전기차·수소충전소 보급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오는 2025년까지 승용차뿐 아니라 버스·트럭 등 총 5000대의 수소전기차를 공급할 계획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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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수소버스를 셔틀버스로 공급한 바 있다. 수소트럭은 내년 공개할 예정이다. 수소 관련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에어리퀴드와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는 오는 2025년까지 프랑스에 수소전기차 보급을 위한 충분한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에어리퀴드는 한국에서도 수소 충전과 생산 인프라 확대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 연말에 국내에 설립 예정인 특수목적법인(SPC)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 특수목적법인은 약 2000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마련해 오는 2022년까지 국내에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3개 회사의 MOU는 수소전기차 제조, 수소 생산, 충전소 구축 분야의 전문 기업이 모여 수소전기차와 충전 인프라의 동시 보급 확대를 모색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수소전기차는 충전 시설 부족이 차량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최근 수소전기차와 충전 시설 공급이 결합된 패키지 형태의 사업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가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에너지와 오는 2023년까지 수소전기트럭 1000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전역에 수소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이 회사는 고객 회사에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을 리스 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기술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소전기차 대중화를 위한 혁신적인 협력 모델 제시 노력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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