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작년 3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제조업부터 유통 관광업까지 전 분야에서 타격을 받았다. 불매운동을 부추긴 중국 정부의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만 1조2000억 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던 롯데마트도 결국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조치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417만 명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년 말 방중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완화되고 중국인 관광객도 다시 늘어나는 등 사드 보복은 표면상으로는 누그러졌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한국 등 해외기업을 부품 공급에서 배제하는 ‘홍색공급망(紅色供給網)’을 구축하고 있다. 사드 보복은 ‘바꿀 때까지 괴롭힌다’는 중국의 대응 원칙이 바뀌지 않는 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은 대한(對韓) 사드 보복 외에도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 때 필리핀 바나나의 수입을 중단했다.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 분쟁 때는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고 스리랑카를 빚더미로 몰아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따내기도 했다. 중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받는 사례들이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프로젝트로 유라시아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 미국의 시장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동맹국들과의 교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이 보고서의 비판은 미중 격돌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국은 미중 충돌로 무역이 위축되면 직격탄을 맞아 가장 피해가 클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이 중국의 무역 지배력을 자국 산업에 대한 위협 차원을 넘어 안보 리스크 차원에서 접근한 것은 심각하게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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