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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단독] 4000억 무인기 개발사업, DMZ 비행금지에 길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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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비행 금지, 실전 투입 힘들어

군 “교육용 활용” 예산 낭비 논란

휴전선 전방사단에 배치하려던 사단정찰용 무인항공기(UAV)가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사단정찰용 UAV의 정찰가능거리는 5㎞로 확인됐다. 그런데 9ㆍ19 남북 군사합의서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거리는 무인기의 경우 군사분계선(MDL) 기준 동부 15㎞, 서부 10㎞다. 즉 군사합의서를 이행하는 다음달 1일부터는 이 UAV를 MDL 인근에 띄워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군 소식통은 “무인 조종이 가능한 60㎞ 거리에서 기체를 띄워 날씨가 좋으면 MDL 북측 5㎞ 이내까지 들여다보려던 복안이었다”며 “남북 합의에 따라 운용 제한이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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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체계개발이 시작돼 2021년까지 전방 배치 예정인 사단정찰용 무인기.




해당 UAV는 감시소초(GP)와 일반전초(GOP)가 위치한 최전방 사단의 감시작전능력 향상을 위해 2010년 개발이 결정됐다. 남방한계선과 MDL 사이 2㎞ 구간에 띄워 북한 GP 같은 지휘소와 포병부대 등 DMZ 일대를 한 눈에 감시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오는 11월부터 전력화한다는 계획이었다. 군은 이 UAV를 일단 교육훈련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주로 교육용으로 쓰면서 우리 쪽 사단 지역의 위험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UAV 사업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2014년 해당 UAV의 체계개발에 270억원을 투자한 군은 이후 2021년까지 3618억원을 더 들이기로 했고, 이 중 현재까지 1505억원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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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9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확정된 공중 적대행위 중단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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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UAV를 놓곤 방위사업청이 주관업체인 대한항공과 납기 지연 문제로 지체상금 소송도 벌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대한항공이 2016년 12월로 예정됐던 첫 납품 일자를 현재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35억원의 지체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명 의원은 “결과적으로 전력화가 불가능해진 무인기에 4000억원 가량이 투입되고 지체상금도 제대로 못 받을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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