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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터키 “카쇼기 피살 당시 현장 녹음파일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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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에 들어갈 때 그가 찼던 애플워치서 전송된 음성’ 주장

파일 존재 여부 의문 증폭 속 사우디 측에 ‘영사관 개방’ 촉구

브런슨 목사 석방 통해 미국에도 긴장관계 해소·압박 이어가



경향신문

석방된 브런슨 목사 초청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3일(현지시간) 터키에 21개월간 구금됐다 전날 풀려난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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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될 당시 현장 음성 녹음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쇼기가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갈 때 차고 있던 애플워치에 녹음돼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동기화된 음성 파일을 터키 정보당국이 확보했다고 터키 일간 데일리사바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음성파일 존재 여부를 두고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터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와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만큼은 더욱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데일리사바 보도에 따르면 녹음파일은 카쇼기가 2일 영사관에 들어가기 전 약혼자에게 맡긴 아이폰에 블루투스로 전송됐다. 신문은 사우디 당국자들이 카쇼기의 스마트워치 비밀번호를 추측해 음성파일을 지우려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AP통신 등은 카쇼기가 애플워치로 어떻게 이 정보를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 계정에 동기화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쇼기의 약혼자 하티제 젠기즈는 지난 12일 AP와의 인터뷰에서 “카쇼기가 결혼 관련 서류를 떼러 영사관으로 들어갈 때 불안한 기색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CNN 정보·보안분석가 로버트 바어는 동기화되기에는 기기 간 거리가 너무 멀다고 지적하면서 “카쇼기가 녹음파일을 전송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키가 사우디 영사관을 유선으로 연결한 송신기로 도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날도 터키 정부는 사우디 정부가 사건 진상규명과 카쇼기 수색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메블뤼트 차으쇼을루 외무장관은 “터키 검찰과 첨단기술 요원들이 영사관에 들어가야만 한다”면서 “사우디는 우리와 협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 정부는 정부의 카쇼기 살해 지시를 부인하면서도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우디 측 공동수사단 요원만 파견했을 뿐 영사관 개방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

터키가 쿠데타 세력 지원 혐의로 구금하고 있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 석방을 계기로 사우디와 긴밀한 관계인 미국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 정부가 카쇼기의 음성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날 백악관은 브런슨 목사 환영행사를 열었다.

터키의 브런슨 석방으로 관세전쟁까지 치달았던 양국 관계 긴장은 다소 해소됐지만 불씨는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 어렵다. 터키의 사우디·미국 압박의 배경에는 중동지역 패권 경쟁이 있기 때문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과 교수는 “터키는 사우디의 젊은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등장 이후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를 지원하는 미국을 압박해 사우디의 군사력 팽창도 저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제재해야 한다는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와 체결한 1100억원짜리 무기 판매 계약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면서 제재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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