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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주말마다 집회·행사 넘치는데 교통정보는 `깜깜`…시민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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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흘 동안 진행된 `서울거리예술축제`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버스 우회 알림 표지판. [강인선 기자]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과 '2018 서울 달리기 대회' 등 도심 행사가 한창이던 14일 오후. 401번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0여 명은 중구 명동 '롯데영프라자' 정류장에서 강제 하차당했다.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행사로 버스 노선이 우회했으나 이를 미리 안내받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이태원에서 버스를 탄 남성 승객은 목적지인 안국역에서 세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에 내려 2~3㎞를 걸었고, 버스에 오르던 한 여성은 "광화문 안 간다"는 기사의 말에 혼란스러운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교통 애플리케이션(앱)을 재확인했다.

각종 문화행사와 집회·시위로 서울 내 버스 노선 수십 개가 주말마다 변경되고 있지만 안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 1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네이버, 다음 등 앱에 행사·집회로 인한 통행 차단 정보가 반영되지 않아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사흘간 열린 '서울 거리예술축제'의 마지막 날인 지난 7일에도 도심 곳곳에서 강제 하차당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안암오거리~광화문행 승객들에게 101번 버스를 안내한 네이버 지도 앱과 달리 실제로 승객들은 종로3가 인근에서 모두 내려야 했다. 우회 구간 이후 정차하는 정류장에 내리는 승객들은 버스에 남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이를 묻지 않았다. 2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카카오맵'은 7일 오후 6시 기준 '무정차 정류장'인 서울신문사 앞에서 버스를 타라고 안내했다.

어떤 버스가 어느 구간을 우회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였다. 각 운수회사가 무정차 정류장에 붙여 놓은 안내문을 정류장에서 직접 확인하거나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자료실에 들어가 일일이 버스 번호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120 다산콜센터로 전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기자가 연락을 시도한 주말 오후 5시께에는 민원 대기자 수만 10명 이상이라 기다려야 한다는 기계음만 들려왔다.

이 같은 시민 불편은 서울시와 지도 앱 회사 간 책임 미루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시위·집회는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 아침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일정 연락을 받고, 버스회사에 급히 통지해 해당 노선별로 어떻게 우회할 건지 계획을 받는다"며 "(축제 등) 일시적인 행사는 네이버, 다음 등이 교통정보 시스템(TOPIS)에 올려놓은 정보를 알아서 반영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수개월이 수요되는 장기간 공사 구간은 앱 업체에 공문을 통해 우회 안내를 요청하고 있으나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행사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규모 문화축제 등 수개월 전에 행사 일정이 확정된 대형 행사에 대해 세심하게 교통안내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편의적 발상 아니냐는 시민들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 측은 "주말 행사와 관련된 공문이 (지자체로부터) 내려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집회·시위·행사로 인한 버스 우회 정보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앱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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