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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국정원 `특활비 뇌물` 50억중 2억만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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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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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정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관행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뇌물' 혐의가 1심에서 대부분 무죄를 받았다. 지난 6월 박근혜정부 국정원장들부터 지난 5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총 여덟 차례 1심 선고가 이뤄졌지만 피고인 14명의 전체 뇌물액 50억4500만원 중 유죄는 2억여 원에 불과했다.

검찰 수사에 대해 "나쁜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였다"는 평가와 함께 "뇌물 혐의 적용은 무리였다"는 지적이 엇갈린다. 앞으로 특활비 뇌물 혐의는 그 핵심인 '직무 대가성' 인정 여부를 두고 다툼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법원은 지난 5일 이 전 대통령 1심 선고 때 '특활비 뇌물수수' 혐의를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총 뇌물액 7억여 원 중 2008년과 2010년 김백준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통해 전달된 4억원과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에게서 직접 받은 2억원 등 총 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중 김 전 비서관을 통해 전달된 4억원에 대해서는 국고손실죄를 인정했다. 이날 선고를 끝으로 특활비 뇌물 혐의의 1심 사건 8건이 모두 마무리됐다.

기소된 피고인은 14명이었고 대부분 국고손실 혐의로도 기소됐다. 14명의 혐의 17건 중 국고손실 혐의가 인정된 것은 10건이지만, 뇌물 혐의는 2건(이명박·최경환)만 인정됐다.

그 외 12명의 특활비 뇌물 혐의 1심은 모두 무죄였다. 박 전 대통령(뇌물수수)과 김 전 비서관(뇌물방조),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대통령 비서관(뇌물방조), 김진모 전 대통령 민정2비서관(뇌물수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뇌물공여), 조윤선·현기환·김재원 전 수석(뇌물수수) 등이다. 피고인 수 기준으로 무죄율은 85%였다.

무죄 이유는 '직무 관련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요구로 국정원장이 특활비를 건넨 사실은 있었지만 청와대에 자금 지원 차원에서 이뤄진 관행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국정원장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특활비를 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6월 15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1심 선고 때 재판부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직속 하부 기관 입장에서 청와대에 예산을 지원한다는 의사로 지급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7월 12일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의 1심 선고 때도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은 특활비 상납 요구를 관행적인 자금 지원 정도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이들이 청와대나 대통령 도움을 필요로 했거나 실제 도움을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1심 때 2011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 전 대통령 미국 순방을 앞두고 김희중 당시 대통령 1부속실장을 통해 전달한 10만달러(1억여 원)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전 사례들과 달리 '사적 이익'을 기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이 알아서 사용하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뇌물 명목으로 지급된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대통령의 직무 대상이고 당시 원 전 원장의 입지가 불안정했던 사실도 인정돼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정부 때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전 의원은 지난 6월 29일 1심에서 특활비 뇌물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동안 특활비를 받은 사실을 부인해 왔지만 지난 11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받은 건 인정한다"고 진술했다. 특활비 뇌물에 무죄 판결이 잇따르자 법원과 검찰에서는 "무리한 혐의 적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장들이 대가를 기대했다기보다는 관행이라고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고 했다. 현직들은 "검찰로서는 해 볼 만한 시도였고 의미도 있었다"고 말한다. 법원이 뇌물 혐의로 압수수색·구속영장을 발부해 줬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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