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예술요원 90% 국내대회 수상
그 중 65%는 무용·발레 대회로 면제
‘노·도·강’ 지역에선 혜택 유독 낮아
병역을 면제받은 예술 특기자 가운데 서울 강남 3구 거주자 비율이 유독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외 경연대회에서 수상해 병역을 면제받고 ‘예술요원’에 편입된 특기자는 280명으로, 그중 편입 당시 서울 거주자는 133명(48%)에 달했다. 9월 정부 통계상 전국 인구가 5181만명, 그중 서울 인구가 979만명(19%)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예술요원의 서울 쏠림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서울 거주자 중에서는 관악구 출신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대 예체능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는 서초구(20명), 강남구(13명), 동작구(12명), 성동구(9명), 광진·성북구(각 8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강남 3구 출신은 송파구 거주자 5명을 포함해 총 38명에 달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강남 3구와 대비되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출신이 노원·강북구 각 1명으로 총 2명에 불과한 것과 비교했을 때 유독 높은 수치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병역법과 시행령에 근거해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이나 국악 등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를 해 국위를 선양한 이들을 예술요원으로 편입, 병역을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인지도 낮은 국내대회에서 입상한 덕분에 병역을 면제받는 만큼 이들을 위한 경력단절 방지용으로 제도가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예술 병역특례자를 살펴보면 38명 중 무려 34명이 국내대회나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에서 입상해 혜택을 본 경우였다.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아무용콩쿠르·동아국악콩쿠르·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가 각 5명, 온나라국악경연대회·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가 각 3명 등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국제대회라고는 하지만, 지난해 발레, 현대무용 등 주요 부문 1~3등을 전부 한국인이 차지하는 등 대회의 세계적 위상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눈에 띄는 것은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예술 병역특례자 38명 중 25명이 무용이나 발레대회 출신으로, 국악 등 전통문화 경연대회 출신(11명)보다 많았다. 또한 해외에서 개최된 유명 음악 경연대회 출신은 뮌헨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수상한 단 1명뿐이었다.
김병기 의원은 이른바 ‘돈 많은 집 자녀들’이 남자 무용처럼 비교적 경쟁률이 높지 않은 분야에 진출해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아온 것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기회에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병역특례 대상자뿐 아니라 60만 국군 장병과 일반 국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예술·체육 특기자도 전문 분야에서 군 복무를 하되 신체적 전성기를 고려해 복무 시점을 최대 50세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