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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우디 언론인 실종 '후폭풍'…사우디 국부펀드 및 '사막의 다보스'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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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국책 사업 '네옴' 자문역들 사퇴 및 보류…사우디 국부펀드가 개최하는 FII도 불참선언 이어져]

머니투데이

미국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미국 시민들이 시위 중인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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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제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사우디 '보이콧'에 나섰다. 사우디 정부가 주관하는 사업·회의 등에서 참여 중단 및 불참을 선언하며 사우디가 점점 고립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국제 기업, 언론, 투자자들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사우디에 진상규명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12일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은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우디 관광 프로젝트 이사로서의 업무를 중단하겠다"며 "사우디 국부펀드의 버진그룹 투자 논의(10억달러 규모)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암살 혐의가)만약 사실이라면, 서방세계의 그 누구도 사우디 정부와 거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신도시 건설사업인 '네옴'(Neom)에도 비상이 걸렸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장관은 네옴사업 자문이사 역할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샘 알트만 와이콤비네이터 사장과 닐리 크뢰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의장도 자문역 보류를 선언했다.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에 뉴욕시 33배 크기의 친환경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투자액만 5000억달러에 달한다.

'사막의 다보스'라고 불리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도 불참자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브랜슨 회장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도 "끔직한 혐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우버에 35억달러를 투자하며 이사회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코스로샤히 CEO는 불참을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이코노미스트, NYT 등 주요 외신들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NYT에 따르면 서구 주요 언론사 중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제외하고 전부 불참의사를 밝혔다. 참석자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하자 FII 측은 참석명단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FII는 사우디 국부 펀드 및 국책사업의 자금을 유치하고 투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행사로, 사우디 국부 펀드가 주최한다.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제임스 다이몬 JP모건체이스 회장 등 재계 거물들이 참석명단에 오르며 '사막의 다보스'로 이목을 끌었다.

영국 가디언은 "사우디 국책사업은 해외기업들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FII 보이콧은 사우디 당국에 불편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우디에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카슈끄지 사건을 공을 들여 조사 중"이라며 "(사실일 경우)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은 지난주 카슈끄지 사건 조사를 미 당국에 공식 요청했으며 결과에 따라 사우디 왕실은 미국내 자산 동결 및 미국 입국 금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실종됐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결혼 관련 서류 작업을 마치고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CCTV에 그가 영사관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사우디 요원들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는 그 증거로 카슈끄지가 실종되던 날 사우디 정보요원 15명이 터키에 입국했다가 당일 출국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근거 없는 주장이자 거짓말'이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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