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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브렉시트협상 타결임박] ②어떤 과정 거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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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국민투표서 51.9% 'EU 탈퇴'에 찬성…2017년 3월 공식통보

작년 12월 전반부 협상 완료·전환기간 설정 합의…아일랜드 국경문제 놓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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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브렉시트 협상 타결 임박 관측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거대 경제 공동체인 유럽연합(EU)이 수십년 만에 사상 첫 회원국 탈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인 보수당 내의 EU 탈퇴 논쟁에,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반(反) EU를 주창한 영국독립당(UKIP)이 세력을 불리면서 영국 사회에서 EU 회의론이 확산됐다.

반면 당시 연립정부 파트너로 참여하던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지지했다.

두 세력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폭이 좁아지자 결국 캐머런 총리는 2013년 1월 승부수를 띄웠다.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EU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나중에 캐머런 총리 본인 스스로 "실수였다"고 인정했듯 막상 국민투표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2016년 6월 23일 전체 유권자 4천650만명 중 72.2%가 참가한 가운데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51.9%인 1천741만명이 'EU 탈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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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CG)
[연합뉴스TV 제공]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캐머런 총리의 뒤를 이은 테리사 메이 현 총리는 2017년 3월 29일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EU에 탈퇴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공식 통보일로부터 2년간 탈퇴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만약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하게 된다.

단 영국을 포함한 EU 정상회의의 만장일치가 있을 경우 탈퇴 시점 연기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한 영국과 EU는 같은 해 12월 8일 공동보고서를 발간해 협상 전반부의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고했고, 이어 15일 열린 EU 정상회의는 이를 채택한 뒤 후반부 협상 개시가 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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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英, 브렉시트 1단계 협상 타결 [EPA=연합뉴스]



전반부 협상에서 양측은 EU 탈퇴에 따른 분담금 정산, 역내 거주 상대방 국민의 지위, 영국-아일랜드 간 자유통행 허용 원칙에 합의했다.

우선 상대방 국민의 지위와 관련해 탈퇴일 기준 체류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 해당 체류 기간이 5년이 될 때까지 체류할 수 있는 한시적 거주권을 부여하고, 체류 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영주권 취득 권리를 주기로 했다.

영국이 EU에 납부해야 한 분담금 산정 방식에도 합의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영국 정부의 재정운용계획(Spring Statement)에 따르면 향후 영국이 분할 납부해야 할 EU 분담금은 317억 파운드(한화 약 55조4천억원)로 추정됐다.

영국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 국경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공동여행구역(Common Travel Area)을 유지하고, EU 시민의 역내 이동 자유와 마찰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후반부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후 영국과 EU는 지난 3월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전환(이행)기간 설정에도 의견일치를 이뤘다.

오는 2020년 말까지인 전환기간 중 영국은 계속 EU의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에 포함되며, 예산 분담을 포함해 EU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사항을 준수하기로 했다.

다만 EU 기관 및 의사결정기구에 대한 영국의 참여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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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EU "브렉시트 전환기간 2020년 말까지로 합의" [EPA=연합뉴스]



지난 4월부터 양측은 미래관계에 관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했다.

그러나 전반부 협상에서 구체적인 방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던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간 국경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미래관계는커녕 탈퇴 협정을 둘러싼 이견이 지속됐다.

영국과 EU는 오는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에 합의하면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문제와 관련해선 영국이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안전장치' 방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이 방안이 시행되면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섬 사이에 국경이 생기고, 이는 영국 영토의 통합성을 저해하는 만큼 "어떤 영국 총리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초 총리 지방관저(체커스)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이른바 '체커스 계획'을 내놨다.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백서를 통해 구체화된 '체커스 계획'은 우선 상품 분야에서는 영국을 EU와 공통의 규정(common rulebook)을 적용하는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하고, EU와의 상품교역에서 무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담았다.

아울러 '촉진된 관세협정'(facilitated customs arrangement)을 맺어 영국과 EU가 제3국과의 교역에 있어 현행 EU 관세동맹과 유사한 관세 부과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영국과 EU 간 상품교역은 현재와 같이 물리적 통관절차 없이 진행되며, 이에 따라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U 측은 '체커스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 후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체커스 계획'이 EU 단일시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협상에서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협상 '데드라인'으로 여겨졌던 10월까지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이른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혼란을 키웠다.

메이 총리는 잘츠부르크 EU 정상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하지 않거나 우리나라를 둘로 나누는 것은 '나쁜 합의'(bad deal)가 될 것이며, 이같은 '나쁜 합의' 보다는 '노 딜'(no deal)이 낫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북아일랜드 주민들에게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드 보더'란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을 확인하거나 통관 절차를 밟도록 해 사람과 물건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후 메이 총리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의 대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중 하나로 2020년 말까지인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 안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 '안전장치'안을 북아일랜드뿐 아니라 영국 전체로 확대한 것으로, 이를 통해 아일랜드와의 국경에서 '하드 보더'를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핵심 측근 각료들로 구성된 이른바 '브렉시트 전시내각'(Brexit war cabinet)을 소집해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면서 역사적인 브렉시트 합의가 가까워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영국과 EU가 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해 EU 정상회의가 예정된 이번주까지 합의에 이르면 이후 EU 탈퇴 협상 관련 다른 쟁점에 차례대로 합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11월 예정된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양측의 미래 무역관계 협정의 큰 윤곽에 관한 정치적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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