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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도돌이표’ 국감, 전문성 부족에 정쟁과 파행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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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가 올해도 ‘맹탕 국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사실상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송곳 감사를 예고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여당의 노력을 평가받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국감이 열린 후 3일 동안 여야가 보여준 모습은 고성이 오가는 정쟁과 파행의 연속이었다. 애초 기대했던 생산적인 국감 현장은 찾기 어려웠다. 여야의 ‘네 탓 공방’은 여전했고 소모적인 ‘기 싸움’만 이어졌다.

조선일보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2018년도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사법처리자의 복권 등을 언급한 점을 문제 삼으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의견을 주 질의 전 의사진행발언시간을 통해 말할 것을 요구했고 박 장관이 주질의 시간에 답변하겠다고 하자 이를 문제 삼으며 퇴장했다.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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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곳곳서 충돌·파행

지난 12일 국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주 강정마을 발언, 여당 의원의 취업특혜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며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파행을 거듭했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검토’ 발언을 놓고 여야 의원들이 고성만 주고받은 뒤 오전 감사를 중단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강정마을 사건은 아직 재판도 안 끝났다"며 "이런 사건에 대해 사면 복권을 논하는 것은 재판을 무력화하고 사법부를 기망하는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과 무관한 발언"이라며 위원장에게 제지를 요구했다. 고성이 오가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오후 감사에서도 문 대통령 발언 관련 질의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불법 시위를 지도한 자들에 대해서까지 사면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가 공권력의 존재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민병두 정무위원장의 의원실 보좌진 금융위원회 특혜채용 의혹이 확산되면서 오후 국감이 거듭 파행했다. 정무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1시30분쯤 기자회견을 하고 민 위원장을 제3자뇌물수수와 업무방해·집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민 위원장의 행태는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며 "민 위원장 의원실 5급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이가 지난 2월 금융위원회 4급 정책전문관으로 특채됐다"고 주장했다.

민 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며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강력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현미경 감사는커녕 수박 겉핥기 국감

조선일보

선동열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 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선수선발 과정 등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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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야구선수 선발 의혹을 놓고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소환됐는데,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준비가 덜 된 듯한 질문과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발언은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손 의원은 국감장에서 선동열 감독을 향해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하든지. 이렇게 버티고 우기면 2020년까지 가기 힘들다", "왜 야구대표팀 감독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아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뽑나", "돈(연봉)이 KBO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마추어 야구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을 했다가 핵심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야의 ‘네 탓’ 공방도 재연됐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떼쓰기와 정치 공세로 ‘막장국감’을 만들고 있다"며 "정쟁국감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민족사적 대의를 앞세워 대정부질문을 등한시하고 장관 선수교체로 국감 힘 빼기를 하려 했던 대통령이 국감 첫날 국회를 향해 ‘너나 잘하세요’라고 발끈하는 태도는 국민과 국감을 모독하는 오만한 태도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실 한 관계자는 "국회의 직무유기는 올해도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의원들이 준비는 물론, 전문성까지 부족하다 보니 증인을 불러 놓고 고성이나 호통만 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정부의 실정이나 문제점을 제대로 짚고 이슈를 이끌어야 하는데 당내 사정이 복잡해 국감에 화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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