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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지금 평양] 수신 :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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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지도자에 '세상 눈높이'로 묻고 싶은 말들

서울 답방 때 남측 언론 상대로 기자회견 열었으면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로 달리면 3시간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지도부의 숨겨진 모습까지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합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9.19 /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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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오늘은 편지 한 통 쓰려고 합니다. 우편으로 부칠 수는 없고 인편으로 전하기는 더욱 어려워서, 이렇게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지않아 서울을 찾을 예정입니다. 여러 변수와 상황이 지나간 뒤인 12월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김 위원장이 남측을 방문하면 꼭 보고 싶은 모습이 있습니다. '은둔의 지도자'가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는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을 알고 싶어하는 기자로서 이제 편지를 쓰겠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

저는 김 위원장과 동갑인 남측의 기자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야 하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굳이 나이를 적습니다.

서울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측의 기자들은 위원장의 행보와 말 하나하나에 대해 알고 싶어 합니다. 김정은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모든 기자들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요즘은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변화들에 대한 고민이 제일 크겠지만, 나는 위원장의 매일 고민도 궁금합니다. 오늘은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먹을지, 그리고 매일의 즐거움 같은 것은 어디에서 찾는지.

남측의 언론 보도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요. "이거 순 거짓말 투성이구나"에 가까운지, "생각보다 잘 살펴보는구나"에 가까울지. 아니면 역시 "남측 언론 보도는 보지 않는 편이 낫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동생과는 사석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도 궁금합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가장 솔직한 위원장의 생각들이 공유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두 명의 누나가 있고 스스럼없이 집안일을 상의하고 제 개인적인 일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곤 합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고 있는 또래들의 의견은 때론 많은 도움이 됩니다.

큰 마음 먹고 '뭐를 좀 물어봐야겠다'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두서없고 내용도 영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게 다 우리가 한마디 말도 못 나눠보고 얼굴을 마주한 일이 없는 탓일 것입니다.

위원장이 지난 4월부터 보여 준 행보를 통해서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예상보다' 소탈한 말과 행동이나, '기대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결심 같은 것들이죠.

그렇지만 아직은 조금 더 묻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위원장도 조금 더 보여 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걱정과 우려, 불신 같은 단어를 여기서 강조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전히 남은 것이 있다면 당장의 성과와 결실에 박수를 보내기보다 남은 것을 조금 더 내다보고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 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서울에 오시면 그간 위원장의 뒤를 쫓았던 수많은 남측 기자들 앞에 한번 서 주십시오. 형식의 턱을 조금 낮추고 가능한 많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정상 간 대화의 결과로 나오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조금 터놓는 것, 어떻습니까.

북측 속담에 '칼 가지고 오면 칼로 대하고 떡 가지고 오면 떡으로 대한다'라고 했는데, 그저 펜 하나 수첩 하나 들고 가겠습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묻는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난데없이 칼 쓰고 떡 자를 일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을 나의 어떤 편견과, 걱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으려 애쓰고 있는 '세상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춘 질문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서재준 드림.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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