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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목 잔뜩 쉬어버린 김영록…'삼촌' 박홍규 "환상의 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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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김영록, 세계 최고의 선수 될 수 있다고 자부"

뉴시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탁구단일팀 '코리아' 박홍규(왼쪽)와 북측 김영록 선수가 1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에코벤션 안촐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의 남자 탁구 단체전(장애등급 TT 6-7) 마지막 경기 1게임에서 득점에 성공하자 포효하고 있다. 한편, 단일팀은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된 단체전에서 3승1패를 기록해 동메달을 확보했으며 13일 진행되는 중국과 일본의 경기결과에 따라 메달 색이 최종 결정된다. 2018.10.1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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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뉴시스】김희준 기자 = 공격이 성공하면 거침없이 함성을 내지르며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인 북측 김영록(24)의 목은 경기 후 잔뜩 쉬어있었다.

그와 복식조를 이뤄 '찰떡 호흡'을 선보인 박홍규(45·충북장애인체육회)는 "환상의 팀이었어요, (김)영록이가 굉장히 잘해서 굉장히 뿌듯해요"라며 뿌듯한 표정으로 김영록을 바라봤다.

남북 장애인탁구 단일팀은 12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에코벤션 안촐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체전(스포츠등급 TT6-7) 최종전에서 0-2로 졌다.

패배하기는 했지만, 단일팀은 복식-단식-단식 순서로 진행되는 단체전에서 단일팀은 명승부를 연출했다.

첫 번째 복식에서 남북 복식조인 박홍규와 김영록은 중국의 옌숴-천차오 조를 상대로 대등한 한 경기를 펼친 끝에 2-3(11-8 11-6 5-11 9-11 9-11)으로 아쉽게 졌다.

박홍규와 김영록의 나이는 무려 21살 차이. 박홍규는 처음 김영록을 만났을 때 "아들과 비슷한 나이"라며 껄껄 웃기도 했다. 큰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박홍규와 김영록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박홍규는 왼손잡이, 김영록은 오른손잡이로 최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양팔 절단 장애인 김영록이 빠른 발로 찬스를 만들어내고, 노련한 박홍규가 날선 드라이브로 포인트를 따냈다. 패기만만한 김영록은 공격에 성공하면 거침없이 함성을 내지르며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박홍규는 김영록에 조언을 해주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중심을 잡았다.

뉴시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탁구단일팀 '코리아'가 1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에코벤션 안촐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의 남자 탁구 단체전(장애등급 TT 6-7)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한반도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북측 김영록, 박홍규, 이세호 선수, 문창주 감독, 북측 리철웅 감독. 단일팀은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된 단체전에서 3승1패를 기록해 동메달을 확보했으며 13일 진행되는 중국과 일본의 경기결과에 따라 메달 색이 최종 결정된다. 2018.10.1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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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주일 남짓 호흡을 맞췄지만, 김영록이 아버지 뻘인 박홍규를 "삼촌"으로, 박홍규가 "영록아"로 부르며 친분도 두터워졌다.

이어진 제2단식에서 김영록은 세계랭킹 1위 옌숴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선보였다. 자신의 강점인 포어드라이브를 거침없이 꽂아넣으며 인상적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쳤다.

아쉽게 0-2(5-11 12-10 11-9 10-12 8-11)로 패했지만, 진 것이 아니었다. '최강' 중국을 상대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신예'의 등장을 알렸다.

경기 후 김영록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뜨겁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는지 한 눈에 느껴졌다.

김영록은 "아쉽게 졌는데 훈련을 더 잘해서 2020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서는 무조건 1등 하갔습네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잔뜩 쉬어있었지만 가느다란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이내 그는 "목 아파서 더 말도 못하갔습네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또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삼촌' 박홍규는 김영록과 짧은 시간에 이룬 '환상의 호흡'이 "한민족이라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마음이 맞으니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홍규는 "같은 왼손 또는 오른손잡이면 부딪힐 확률이 있다. 하지만 저는 왼손잡이, (김)영록 선수는 오른손잡이라 부딪히는 부분이 없다"며 "김영록 선수 움직임이 워낙 좋으니 제가 맞춰주고, 김영록 선수가 공격을 한다. 환상의 팀"이라고 강조했다.

단체전 내내 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단이 찾아와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우리는 하나다!",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뉴시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탁구단일팀 '코리아' 박홍규(오른쪽)와 북측 김영록 선수가 12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에코벤션 안촐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중국과의 남자 탁구 단체전(장애등급 TT 6-7) 마지막 경기 1게임에서 득점에 성공하자 포효하고 있다. 한편, 단일팀은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된 단체전에서 3승1패를 거두며 동메달을 확보했으며 13일 진행되는 중국과 일본의 경기결과에 따라 메달 색이 최종 결정된다. 2018.10.12.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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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힘도 나고, 플레이할 때 자신감도 생기고 좋았다"고 고마워했다.

유독 북측과 인연이 깊은 박홍규다. 박홍규는 자신의 첫 장애인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북측 선수와 맞대결했다.

그는 "인천 대회에서는 맞대결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 팀으로 뛰게 돼 너무 좋았다. 북측과 인연이 많은 것 같다"며 "우승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나중에 단일팀으로 나올 기회가 된다면 꼭 우승하겠다"고 전했다.

박홍규는 복식 뿐 아니라 단식에서도 패기있는 플레이를 선보인 김영록에 대해 "굉장히 잘해서 뿌듯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적인 선수가 될 재목이라는 극찬도 내놨다.

박홍규는 "너무 고생했는데 조금 아쉽다. 단식 상대 선수가 세계랭킹 1위인데 이길 수도 있었다"며 "부족한 부분을 알았으니 나중에 조금 더 연습하고 보완해서 나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김영록이 국제대회에서 경험을 쌓으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처음 봤을 때보다 실력도 많이 늘고, 자신감도 커졌다. 하면서 점점 느는게 보였다"며 "자신감도 붙어서 굉장히 좋다. 평양에 가서 조금 더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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