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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의도 유튜버, 고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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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유튜브 채널 ‘김성태 티브이’를 개국했다. 어느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앱이 된 유튜브를 통해 소통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치 1번지 여의도에서 이미 보편화된 ‘유튜브 정치’ 흐름에 비하면 김 원내대표의 채널 개설은 한 발 늦은 감도 있다.

정치인들이 앞다퉈 유튜브로 둥지를 옮기는 이유는 소통 창구로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10~20대 젊은층에게만 친숙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의 지난 8월 조사결과, 유튜브는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오래 사용하는 모바일앱이었다. ‘50대 이상’은 30~40대 보다도 유튜브를 오래 사용했다. 이들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64억분으로 카카오톡 사용시간(54억분) 보다 길었다.

12일 경향신문이 299명 국회의원의 유튜브 이용 현황을 살펴보니 100명 이상의 구독자수를 확보한 정치인 유튜브 채널은 50개에 달했다.

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채널이 인기가 높았다. 100명 이상 구독자수를 확보한 채널만 30개에 달했고, 손혜원·이해찬·김진표·표창원·이재정·최재성·전해철·추미애·박주민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채널은 구독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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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해찬 대표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무능하고 자세가 불성실할 것 같으면 그만둬요,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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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의 인기 콘텐츠는 박근혜 정부 시절 많이 생산됐다.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매서운 질의 영상에 시청자들은 좋은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원들 중 2번째로 구독자 수가 많은 이해찬 대표의 최고 인기 영상은 2016년 2월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개성공단 폐쇄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무능하고 자세가 불성실할 것 같으면 그만둬요, 차라리”라고 일갈하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46만회 재생됐다. 민주당에서 4번째로 구독자 수가 많은 표창원 의원의 최고 인기 영상도 TV토론에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보도 개입을 질타하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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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표창원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표창원 맞짱토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이 통상적 업무협조? 언론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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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에는 여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영상 인기가 주춤한 감이 있다. 공세의 대상이 사라진 빈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감이 메웠다. 당내 6번째로 구독자가 많은 최재성 의원은 지난해 말 당내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6만회 조회됐다. 우원식 의원이 운영하는 ‘우원식 테레비’가 지난해 올린 ‘문재인과 을들이 만났을 때’라는 제목의 영상도 채널 최고 인기 영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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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최재성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상남자 최재성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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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에 얽메이지 않고 독보적인 콘텐츠로 승부하는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운영하는 채널 중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채널은 2만9469명이 구독하는 ‘마포乙 손혜원’이다. 의원 대부분이 유튜브를 의정활동 홍보 창구로 이용하는 것과 달리 손 의원은 의정활동 영상의 비중을 확 낮췄다. 대신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최강욱 변호사(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 등과 함께 강의 콘텐츠를 제작·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인기 콘텐츠는 주진형 전 사장 강의 중 부동산 문제를 다룬 영상으로 42만회 재생됐다. 4600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김진표 의원의 ‘진표TV’는 의정활동 영상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광고 패러디 영상으로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제작된 ‘원빈 TOP VS 김진표 TOP’는 1만3000회 재생되며 이 채널의 최고 인기 영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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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진표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원빈 TOP VS 김진표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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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00명 이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원은 자유한국당에선 9명 있었다. 전희경·심재철·장제원·김광림·성일종·나경원·원유철·김무성·조경태 의원 등이다. 유튜브에서 당세는 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지만, 최근 유튜브가 보수우파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면서 한국당 의원들의 채널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당 의원들의 주력 콘텐츠는 단연 현 정부 비판이다. 유튜브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전희경 의원의 채널 ‘전희경과 자유의 힘’은 2만4478명의 구독자수, 505만회의 총 조회수로 여타 한국당 의원들의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이 채널의 최고 인기 영상은 지난 2월 전 의원이 김상곤 당시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6·25 전쟁 당시 북의 남침 사실을 빼고, 인천상륙작전을 빼겠다는 것이냐’라고 질의하는 영상으로 39만번 조회됐다. 당내 3번째 인기 채널인 장제원 의원의 ‘장제원TV’ 역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질타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5월의 정권교체가 유튜브 세계에서만큼은 전화위복으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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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전희경, “남침 빼고 인천상륙작전 빼고? 교과서 집필기준 들키자 김상곤식 남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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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 정보 유출 논란으로 뉴스의 중심에 섰던 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유튜브에서도 중심에 섰다. 구독자 1849명으로 한국당에서는 2번째로 구독자수가 많은 채널이 됐고, 영상 조회수도 확 뛰었다. 심 의원이 1주일 전 올린 영상 ‘심재철 압수수색 사태, 청와대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는 19만회 조회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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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심재철 압수수색 사태, 청와대는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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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이언주·김성식·이학재·이혜훈·하태경 의원 등 6명이, 민주평화당에서는 정동영·천정배 의원이, 정의당에서는 심상정·이정미 의원이 유튜브에서 영향력이 있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의 채널도 ‘태극기 부대’에 힘입어 6740명의 구독자수, 75만 조회수로 상위를 차지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채널 ‘이언주TV’는 1만6967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구독자수가 공개된 채널 중에선 3위에 올랐다. 이 의원 역시 현 정부 비판을 주요 콘텐츠로 삼았다. 이 의원은 평양정상회담 당시 집단체조 관람 등을 두고 문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한 영상은 6만회 조회되며 채널의 최고 인기 영상이 됐다. 애국당 조원진 의원은 ‘자유한국당 당사 앞 태극기 집회 발언’ 영상이 4만회 재생되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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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유튜브 채널의 최고 인기 콘텐츠. ‘[생각해봅시다]명백한 헌법 위반입니다. 꼭 해명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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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 조회수만 놓고보면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채널 ‘웰컴투상정랜드’가 총 조회수 549만회로 가장 앞서 있다. 심 의원은 자신의 장기인 날카로운 질의 영상이나 당 후원을 요청하는 각종 패러디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2015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장관을 질타하는 영상은 255만회 재생되며, 정치인 유튜버가 제작한 단일 영상 중에서는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심 의원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유명 게임을 패러디해 자신의 의정활동 하이라이트를 요약한 영상도 41만회 조회되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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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의원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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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조회수 543만번을 기록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채널도 유튜브 세계의 숨은 강자다. 구독자 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조회수 기준으로는 심 의원에 이은 2위다. 이 채널은 의정활동과는 무관한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유 의원의 딸이 등장하는 콘텐츠다. 지난해 대선 당시 유 의원이 딸이 아버지의 유세를 돕는 과정에서 촬영한 영상 2개는 각각 조회수 84만회, 69만회로 채널 최고의 인기 영상이 됐다.

더이상 영상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채널이지만 조회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채널도 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채널이다. 조회수는 833만회로 여느 정치인의 유튜브보다 높다. 노회찬의 촌철살인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들이 다수 있다. 법사위 회의 도중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무성의한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영상은 132만회 조회됐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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