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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0~50대 취업난'에 체험형 인턴 5000명 처방한 정부…또 땜질식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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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수 100만명대가 9개월 연속 지속되는 고용대란이 장기화되자, 정부가 올해 중 공공기관에서 최소 5000명 내외의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긴급 처방을 내놨다. 취업기간이 최단 2개월 이상인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구직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취업준비생 등에게 직장경험을 쌓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이 30~50대 취업자가 급감하고 있는 고용시장 현실과 동 떨어진 대책이라고 비판한다.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30~50대 가장들에게 인턴들이 수행하는 ‘행사안내’, ‘서류정리’와 같은 일이 대책이 될 수 있냐는 반문도 나온다.

매년 20만~30만명이었던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 2월 이후 8개월째 10만명대 이하로 쪼그라들고, 그나마 지난 7월 이후 석달간은 5만명 밑으로 뚝 떨어지는 고용시장의 어려움을 ‘숫자 맞추기’식 눈속임으로 떼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 "올해 중 체험형인턴 5000명 이상 채용할 것"

정부는 12일 ‘9월 고용동향’ 발표 직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청년들의 수요 등을 감안해 공공기관들로부터 하반기 중 추가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체 공공기관에서 올해 안에 5000명 내외의 체험형 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

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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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올해 연초부터 본격화된 취업자수 둔화 등이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등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는 작년 9월에 비해 4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실업자는 9만2000명 늘어난 102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고 취업준비생 수가 73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최대인 점 등을 봤을 때 고용상황이 엄중하다"면서 "특히 동절기(12월∼다음해 2월)에는 월평균 일자리가 다른 월보다 평균 82만개 감소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청년·신중년·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계층별 맞춤형 일자리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기재부는 이미 청와대 지시로 공공기관들에게 청년인턴 등 단기 일자리 채용 확대 등을 독려했다. 공공기관들에게 채용기간 2개월~1년인 인턴을 채용학게 만들어서 취업자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은 공공기관들에게 ‘〈BH(청와대)관련〉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추가조서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공공기관의 단기 일자리 수요를 보고하도록 했다. 지난달 17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주요 공공기관 인사담당 임원들을 불러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관련 간담회’를 열어 체험형 인턴 채용 확대를 독려했다.

◇ 취업난 겪는 30~50대에 체험형 인턴이 대안?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의 대응이 최근의 고용시장 상황과 동 떨어진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연령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취업자 감소가 경제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는 30,40대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30대와 40대는 취업자가 각각 10만4000명과 12만4000명씩 줄었다. 반면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으로 지목한 20~29세 청년층과 60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취업자가 4만5000명과 23만3000명씩 증가했다.

중장년층 고용부진은 고용률 등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률은 30대가 75.6%, 40대 79.2%, 50대 75.3%를 기록했는데, 모두 작년 9월에 비해 0.2~0.4%포인트(p)씩 하락했다. 30대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8개월만에 처음이다. 20대와 60대 이상 고용률은 각각 58.1%와 41.8%로 집계됐는데, 작년 9월에 비해 0.4%p와 0.1%p 상승했다.

문제는 체험형 인턴 중심의 단기 일자리가 30~50대의 고용시장 이탈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취업 연령대인 20대 중후반 취업자가 증가추세이고, 고용률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층을 겨냥한 체험형 인턴을 꺼내든 것은 현실과 동 떨어진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체험형 인턴’에서 제시한 직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민경욱 의원실이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기재부는 체험형 인턴 등 단기 일자리 직무 유형으로 ‘워크샵 행사 안내’, ‘설문조사 집계’, ‘실태조사 자료 정리’ 등을 제시했다. 단기간 아르바이트에 적합한 업무이기 때문에 가계 경제활동의 중심인 30~50대가 할 수 있는 직무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취업과는 무관한 ‘직장 체험 이벤트’에 불과한 체험형 인텅으로 고용지표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의 체험형 인턴은 고용시장 한파에 가장 취약한 30~50대의 어려움을 전혀 덜어줄 수 없는 방안"이라며 "청년은 경력을 쌓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고, 노인은 공공근로 등으로 취업 한파를 잠시 피할 수 있지만, 30~50대가 갈 만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체험형 인턴’이 장기간 실업 상태인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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