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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ESC] 산속 추전역 바닷가 추암역···가을 느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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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커버스토리│간이역

기차여행 전문가 박준규 추천 간이역 여행

국내 최고 고지대 역인 태백의 추전역

삼척 해안엔 바다열차 타고 가는 추암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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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을 열차여행하면 고속철도를 타고 가 정읍역에서 내려 버스로 찾아가는 내장산의 단풍 구경이 떠오른다. 그러나 여행 고수들은 명소 구경은 기본이고,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일석이조 가을 여행을 떠난다. 권하고 싶은 방법이 추억 속의 철도역, 간이역을 중심으로 한 가을 여행이다. 산 속에 자리 잡은 태백선 추전역과 삼척 바닷가 삼척선의 추암역을 소개한다. 두 역 모두 강원도에 있고, 역 이름의 앞 글자가 ‘추’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가을 추(秋)’ 자는 아니지만 가을에 가볼 만한 간이역으로 손색이 없다.

■ ‘환상선’ 추억 속의 간이역 태백선 추전역

“잠시 후 우리 열차는 태백선 추전, 추전역에 도착하겠습니다. 추전역은 해발 855m로 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 없고 연중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평균기온이 낮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20분간 머문 뒤 출발 예정입니다. 즐거운 여행되십시오.”

가을과 겨울에 운행하던 환상선 순환열차를 타면 추전역 도착 전에 승무원이 위와 같이 안내방송을 했었다. 현재 추전역에는 환상선 순환열차가 운행되지 않는다. 추억으로 남은 열차 여행지, 추전역에도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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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전역(杻田驛)의 ‘추전’은 싸리나무밭 또는 싸리나무골을 뜻한다. 지금도 추전역 주변 깊은 산 속에는 팔뚝만한 싸리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추전역의 역사는 석탄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었던 태백 지역의 무연탄은 영동선을 경유해 영주로 우회해서 수도권 등으로 운송되었다. 더욱 빠른 무연탄 공급을 위해 태백산맥 관통선로(태백선)를 건설하면서 1973년 정암터널과 추전역이 탄생했다. 당시엔 태백선 비둘기호와 통일호가 정차했지만, 석탄산업 사양화로 화물과 여객 이용이 줄면서 여객 업무도 중단하게 됐다. 한때 환상선 눈꽃열차, 중부내륙열차(O트레인) 등 특별 관광열차를 운행하며 정차 역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모든 여객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열차가 서지 않아 기차역을 기차로 못가는 것이 아쉽지만, 다행히 태백시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구불구불 고갯길을 넘어 역에 도착하면 스산한 느낌이 밀려온다.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저탄장과 갱도에서 물자를 운반하던 광차는 녹슬다 못해 세월과 함께 멈추어버렸다. 여객 업무는 취급하지 않지만, 추전역엔 역무원들이 상주하며 근무하고 있다. 해발 고도 855m에 위치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기차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한여름에도 선선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추위도 일찍 찾아오고, 큰 눈이 내리면 역무원들은 철길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고생한다. 못 믿겠지만 1년 내내 역무실에서 연탄난로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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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전역의 가을은 쌀쌀하고 한적하다. 주말엔 간혹 관광객들이 있지만 평일엔 사람 구경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만나는 사람보다 통과하는 열차 수가 더 많을 정도이니, 이맘때 평일 추전역을 찾는다면 마치 산속 간이역의 주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으리라. 날씨만 좋다면 사진은 역 주변 어디서 찍든 만족스럽다. 열차 사진도 좋고, 풍차 혹은 산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겨도 좋다. 인증샷의 성지는 따로 있다. 추전역 기념석이다. 여러 포즈로 사진을 촬영하며 추전역 여행을 마무리해보자.

같은 태백선의 자미원역에도 들러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해발 688m 산속에 자리 잡은 간이역이다.



☞ 추전역 여행정보

주소 : 강원도 태백시 싸리밭길 47-63

주변 명소 : 용연동굴

찾아가기 :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이용 후 태백역 하차.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학골 방면 111, 111-1, 121번 시내버스 타고 추전정류장에서 내려 도보 이동.



■ 일출 명소 촛대바위 기다리는 삼척선 추암역

“바다열차는 잠시 뒤 추암역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추암 촛대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바다열차를 왕복으로 이용하시는 고객님께 추천해드립니다.”

강릉·동해 쪽에서 추암역으로 가려면 시내버스를 타도 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불편하다. 바다열차를 이용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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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역(湫岩驛)의 추암은 용추(龍湫)라는 곳에 있는 기이한 바위를 추암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 추암역의 역사는 오래 되지 않았다. 동해~삼척 삼척선 구간에 1999년 5월 ‘추암 해돋이 열차’를 운행하며 생긴 역이다. 추암역에는 번듯한 역사도 없고 역무원도 없다. 승강장과 안내판, 그리고 철길이 전부지만, 동해 관광명소인 촛대바위와 추암해수욕장 등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추암 최고의 비경은 단언컨대 일출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 영상,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등장하는 해돋이 광경은 감동의 파노라마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찌를 기세로 우뚝 선 촛대바위, 사이 좋은 형과 동생 같은 형제바위 등 기암괴석은 인간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다. 추암의 아름다움에 반한 것은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시대 도제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추암의 경관에 감탄해, 미인의 걸음걸이에 비유하여 능파대라 부르기도 했단다. 예로부터 이어진 유명세에다가 <겨울연가> 촬영지로 등장한 덕택에 국내 여행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찾아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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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을 마칠 쯤 추암역으로 진입하는 바다열차를 만난다면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누가 일부러 시킨 것도 아닌데 여행객들이 일제히 추암역과 바다열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광경은 플래시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대충 눌렀는데 멋진 사진이 나오는 마술 같은 결과에 모두들 놀라기 일쑤다.

주변의 또 다른 바닷가 간이역으로 삼척선 삼척해변역도 있다. 삼척해수욕장 들머리에 있는 한적한 역이다.



☞ 추암역 여행정보

주소 : 강원도 동해시 추암길 199.

주변 명소 : 추암해수욕장.

찾아가기 : 1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무궁화호 이용 후 동해역에 내려 61번 시내버스를 타고 추암해변 정류장 하차. 2 강릉역에서 삼척행 바다열차를 타고 추암역 하차.

글·사진 박준규(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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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

행정적으로 분류하는 철도역의 하나. 역장을 배치한 보통역과 달리, 역장을 두지 않고 여객 또는 화물을 취급한다. 철도공사 직원이 배치돼 있으면 ‘배치 간이역’, 없으면 ‘무배치 간이역’으로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폐역을 포함해, 작고 조용하고 정겨운 시골 역을 가리킨다. 대부분 간이역엔 일제강점기 수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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