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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올라도 불안”…약해진 증시 체력에 우왕좌왕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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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던질까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유행어)해야 할까요. 고수님들 의견 좀…"

뉴욕 증시 급락의 충격이 전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한 11일 국내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투자전략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최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믿었던 미국 증시마저 흔들리자 소액투자자들의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12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반발매수세에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간밤에 뉴욕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해 투자자들이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퍼져있는 공포심이 당분간은 적극적인 투자를 억누르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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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야 해 말아야 해"…서로 의견 묻는 개미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1조6993억원으로 집계됐다. 12조6480억원까지 치솟은 지난 6월 중순에 비하면 1조원가량 줄었지만, 올해 초(1월 2일) 9조8935억원보다는 여전히 18.3% 많은 상태다.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산 금액이다. 외국인·기관보다는 자금력이 딸리는 개인이 주로 활용한다.

신융거래 융자 잔액은 7월 말 10조원대로 감소했다가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증가해왔다.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안고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미가 많았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 김영규(34)씨는 "코스피지수가 7월 초 2200대로 떨어졌을 때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이 많길래 지수 반등을 노리고 투자금을 키웠다"며 "이번 급락으로 지수가 2100대까지 밀리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에는 김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액투자자들의 글이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이들은 약세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한 의견을 구하거나 특정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계속 담고 있어야 하는지 등을 묻고 서로 답한다.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나 금융당국의 증권업 규제를 탓하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소액투자자 A씨는 카카오톡 기반의 주식투자자 대화방에 "미국 증시가 신나게 상승할 때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더니 (미 증시가) 한 번 고꾸라지니까 맥없이 휘청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어떤 기대감을 갖고 계속 버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A씨처럼 손절매를 암시하는 개미가 있는가 하면 "이 또한 지나간다"며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이도 있다. 개인투자자 B씨는 한 포털사이트 주식동호회 게시판에 "닷컴버블도 버텼고 금융위기도 참아냈는데 이 정도 약세장을 가지고 뭐 이리들 호들갑이냐"며 "한국이 망하고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는 한 기다리면 반드시 다시 오를 날이 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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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10월 말 기술주 실적 확인부터"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증권가에서는 주식이라는 자산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며 당분간은 투자판단시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미국 증시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기술주 마진 축소 우려’의 실체를 직접 확인할 때까지는 공격적인 매매 활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등 여부와 강도는 펀더멘탈(기초체력) 신뢰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며 "주요 IT(정보기술) 기업의 실적 발표가 10월 후반부터 본격화되는 만큼 그때까지 추격 매도나 매수보다는 보유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는지 여부를 아직까지는 분명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소액투자자들에게 방어적인 자세를 제안하는 이유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바닥을 확신하기에는 국내 신용잔고 규모가 여전히 높다"며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의미하는 VKOSPI지수도 19.5로, 올해 2월의 고점(23.7)보다 낮다"고 분석했다.

허 연구원은 그러나 심리나 수급 측면에서는 국내 증시의 바닥을 확신하기 힘들지만 가격 측면에서 보면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고점 기준으로 18% 정도 하락했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지수가 20% 이상 하락한 경우는 딱 두 차례였다"고 말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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