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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트럼프 “미국 승인 없이 안 할 것” 5·24조치 해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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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비핵화’ 강조한 미국, 문 정부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 견제

여권 ‘승인’ 표현에 부글…외교 당국 “미와 실시간 내용 공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국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인 ‘5·24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접촉해봤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일방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을 전방위로 고립시키는 ‘최대의 압박’ 전략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게 트럼프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북한 비핵화 마무리 이전에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잇따른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제재 이완을 우려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북한 방문 후 서울을 찾아 강 장관을 만난 후 트위터에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추도록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지나치게 앞서가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 문제가 양국 간 협의·협력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미국의 ‘승인’이란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주권적 간섭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단호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제재 완화 문제가 북·미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과 맞물려 있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제재 완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9일 3자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3자는 비핵화 방향에서 북한이 취한 중요한 행보를 언급하고 유엔 안보리가 제때에 대북 제재 조치 재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북·중·러가 제재 완화를 빼놓고 비핵화 협상을 진척시킬 수 없다는 데 의기투합한 셈이다. 미국은 제재를 일부 완화할 경우 제재의 틀 자체가 무너져 내릴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협상의 진전을 위해선 완화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두고 “모든 사안은 한·미 간 공감과 협의가 있는 가운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어제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국감에서 있었던 내용 중에 필요한 내용을 정리해 미측에 설명했다”며 “거의 실시간으로 필요한 내용 공유가 이뤄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정부 설명을 듣고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에선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페이스북에 “5·24조치나 미국의 대북 제재 등은 상호 ‘협의’ 사항이지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썼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김한솔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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