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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文 “갈등·분열의 상처 씻고 미래로 가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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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찾아 현직 대통령 첫 사과 / “절차·민주적 정당성 못지켜 유감” / 盧 정부때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 / 文, 처음부터 관함식 개최지 염두 / 野 “말바꾸기 인정·반성부터” 지적

“지난 10여년간 공동체 파괴의 갈등과 고통을 오늘 대통령님의 강정마을 방문을 계기로 모두 잊고 이제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습니다.”(강희봉 강정마을회장)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주민들·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는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문재인 대통령)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강정마을 주민과의 간담회``에 입장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11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강정마을을 찾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실상 사과를 했다. 강정마을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일하던 2007년 제주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돼 이후 추진 과정에서 많은 고통과 상처를 남긴 만큼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結者解之) 의지가 컸다는 것이 청와대 설명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처음부터 국제관함식을 (부산이나 진해가 아닌) 강정마을 앞바다에서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다”며 “설사 가다 돌아오더라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들은 울먹여 가며 지난 11년간의 아픔과 설움을 토해냈다. 강 회장은 “우리 주민들이 죄가 있다면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저항했던 것뿐”이라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 행동으로 사법처리된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 강정마을에는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며 주민 사면·복권 검토, 주민 의견이 반영된 지역발전사업계획 추진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과거의 고통, 갈등, 분열의 상처를 씻어내고 미래로 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갈등으로 얼룩졌던 해군기지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고 상생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가 있는 미국 하와이, 군항제를 벚꽃축제로 발전시킨 경남 진해 등을 언급하며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관함식을 통해 부산이 아닌 강정을 세계에 알리고, 크루즈 입항에도 도움이 되고, 또 강정 주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측 주민들은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지반대주민회는 해군기지에서 마을까지 시위행진을 벌여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과 현 여당이 스스로 말바꾸기를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적이 없는 점은 유감”이라며 민주당이 과거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다가 야당이 되자 건설 반대 목소리를 냈던 전력을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내세우려면 자기 고백과 반성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태영·이도형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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