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해제 검토 사실 없다" 진화…불협화음 수면 위로

주무부처, 논란 커지자 국감서 해명 / 康 말실수 트럼프 ‘무례한 발언’ 초래 / 韓 정부에 공개 불만… 불협화음 노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응한 5·24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섣부른 말실수가 동맹국 지도자의 무례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24 조치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강 장관의 10일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장 폭탄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approval)’ 운운하며 불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한·미 간 불협화음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5·24 조치 해제를 검토한 적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우리의 승인 없이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발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 수직적 관계에서나 쓸법한 표현인 승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동맹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으로까지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제되지 않은 거친 언사라는 게 중론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료는 “우리가 굳이 듣지 않아도 되는 굴욕적 언사까지 우방국 지도자의 입에서 나오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국회에서 집권 여당 당 대표(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와 외교수장의 서투른 질의·답변이 참사를 초래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韓 독자 행동 안 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허리케인 ‘마이클’ 관련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대북 제재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이 독자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 정부를 향한 공개불만 표출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법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가 컸기에 평창동계올림픽 때부터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견해차가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적으로는 한·미 간 정책 공조에 빈틈이 없으며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대외 메시지를 발신했다. 전직 외교 관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를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듯하지만 그런 말을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잘 생각해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 내에서 남북관계가 비핵화 진도를 추월하는 데 대한 불신과 우려가 큰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앞으로 한·미 정책 공조에 균열이 있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5·24조치 해제에 대한 강 장관의 말실수로 인한 파장이 커지자 대북 정책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조명균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교통정리를 했다. 조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5·24조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5·24조치 해제 조건을 묻는 말에는 “5·24 조치의 원인이 된 천안함 관련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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