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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On Stage]그 '옹녀'가 아니에요…확 달라진 신세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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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1일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아시아경제

[사진=국립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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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관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창극입니다."

김성녀(68)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 가을 중장년층에 익숙한 이름 '옹녀'가 돌아왔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2014년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립극장 달오름 무대에 올랐다. 창극 최초로 5년 연속 공연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세계 공연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 무대에 올랐다. 창극을 처음 본 프랑스 관객에게 기립박수를 받았다. 초청했던 '테아트르 드 라 빌'의 극장장이자 파리가을축제의 예술 감독인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는 "음악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힘이 대단한 작품,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과 극 장르에서도 코믹함과 섹슈얼리티가 이렇게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소재 특성상 '18금 창극'을 표방하지만 선정적인 작품은 아니다. 이대근과 원미경이 출연한 에로영화 '변강쇠'(1986)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서울극장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첫 번째 시리즈는 관객 10만7982명을 동원해 1987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이후 '(속)변강쇠'(1987)는 13만1611명을 동원해 1988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했고 '변강쇠 3'(1988)은 7만3850명이 봤다. '변강쇠 3'에서 옹녀 역을 처음 맡은 하유미는 이국적인 외모로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재해석된 창극은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기존 판소리 속 옹녀는 수동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하지만 창극에서의 옹녀는 삶에 대한 뚜렷한 주관으로 전혀 다른 결말을 만들어낸다. 옹녀의 기구한 인생을 외세 침탈과 남성 중심 사회로 말미암은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의 역사와 결부시켜 풀어냈다. 극 중 옹녀는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들 그리고 민초들을 만난다. 그러면서 조화와 화해를 향한 분쟁 조정자이자 생명을 잉태해 돌보며 희망을 구현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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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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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고선웅(50)은 유쾌하고 기발한 고전의 재해석과 신선한 연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는 전승 과정 중에 유실된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희곡으로 다시 쓰고 여기에 휴머니티를 가미해 새롭게 연출했다. 전승 과정에서 유실된 부분은 오히려 창작의 자유로움을 허락했다. 그는 "처음 창극 연출의 제의를 받았을 때 굉장히 심장이 뛰었다"며 "영화 '서편제'를 보고 너무 많이 울었던 그 때의 감동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를 가장한 채 본능을 숨기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 지금 시국에 이 작품이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 작품은) 성적인 것을 삶의 밑천으로 승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작창과 작곡, 음악감독을 맡은 한승석(50)은 소리꾼이자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다. 국악그룹 푸리 멤버이자 바라지의 예술 감독이며 2014년 음악가 정재일과 함께 월드뮤직 프로젝트 앨범 '바리abandoned'를 발표해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창극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우리 전통의 많은 장르를 녹여내 풍성한 음악구성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가능한 풍성한 음악으로 극적인 매력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봤다"고 했다.

이 작품의 주축인 두 명 모두 1968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은 이 작품을 준비할 때 합숙하며 대본의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여 음악을 만들어냈다. 고선웅이 원하는 극의 전개 방향과 한승석이 원하는 음악적 구성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장면별로 딱 들어맞는 다양한 소리, 판소리와 민요 혹은 정가와 비나리, 가요 등을 배치하려고 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초연부터 매해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소연이 옹녀, 무게감 있는 소리를 자랑하는 최호성이 변강쇠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2014년 6월 초연 때 국립창극단은 창극 역사상 최초로 미성년자 관람을 제한했다. 일주일 남짓했던 보통의 공연 기간을 26일로 대폭 늘려 역대 최장 기간 공연에 도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외 총 81회 공연을 통해 관객 3만5942명을 동원했다. 매 회 90%에 달하는 평균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 5년을 넘어 10년 후가 더욱 기대된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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