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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정통 클래식 무대에 도전하는 뮤지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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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바그너 작품 연극적"·마이클 리 "서울시향과 좋은 경험"

연합뉴스

양준모·마이클 리
[굿맨스토리, 서울시향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뮤지컬 스타들이 정통 클래식 무대에 잇따라 도전한다.

그간 성악가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뮤지컬 외도'에 종종 나서기는 했지만 뮤지컬 분야에서 활약하는 배우들이 클래식 무대 위에 오르기는 이례적이다.

마이크 등 음향 장비를 사용하는 뮤지컬 무대와 달리 오페라는 공연장 자체의 울림만을 사용해야 하므로 발성이나 창법 등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요구한다.

우선 뮤지컬 배우 양준모(38)는 오는 독일 출신 세계적인 거장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하는 바그너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에 출연한다.

오는 11월 14∼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이번 작품에서 양준모는 불의 신 '로게' 역을 맡는다.

2005년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이후 13년 만에 서는 오페라 무대다. 2004년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이후 주로 뮤지컬 무대에만 선 터라 사실상 그의 오페라 데뷔 무대라고 할 만하다.

양준모는 애초 성악가로 커리어를 시작한 만큼 "오페라 무대가 항상 그리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를 졸업하고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국립음악원을 수료했다.

그는 "가끔 오페라 제의가 있었지만 발성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7년 전부터 뮤지컬 발성의 장점을 살린 오페라 발성 트레이닝을 받으며 준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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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니벨룽의 반지' 시연 장면
[연합뉴스 DB]



그는 연주도, 감상도 어렵기로 소문난 바그너로 오페라 데뷔전을 치르게 된 것과 관련해 "오히려 바그너 오페라가 두 장르를 병행 할 수 있는 방법"이란 답변을 내놓았다.

"바그너 작품은 그 어떤 작품보다 연극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숱한 뮤지컬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과 연기를 연습한 그가 바그너의 연극적 인물을 어떻게 구현해낼지가 관심사다.

그는 "발성 방식이 완전히 다른 이탈리아 오페라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은 뮤지컬 소리를 내면 안 된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바그너 오페라뿐 아니라 이탈리아 오페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한다.

뮤지컬 분야 스타 배우 마이클 리(45) 역시 서울시향이 오는 12~13일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초연하는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대표 오페레타(오페라보다 작은 규모의 음악극) '캔디드'에 출연한다.

마이클 리는 이 작품에서 '내러이터' 역을 맡는다. 극 흐름을 설명하는 역할이다.

그는 "노래를 한 소절도 안 부르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러나 서울시향과 함께 하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바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모두 아우른 번스타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실제 서울시향은 이번 작품을 '오페레타'로 규정하지만, '오페라'나 '뮤지컬'로 제작·소개되는 일도 많다.

서울시향은 이 작품이 뮤지컬과 오페라 경계 위에 놓인 점, 미국적 정서와 유머가 풍부한 점 등을 고려해 뮤지컬 배우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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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캔디드' 참여하는 마이클 리(좌)-킴 바홀라 부부
[서울시향 제공]



마이클 리 아내인 킴 바홀라도 리허설 코치로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한다. 바홀라는 조역으로 오르는 한국 젊은 성악가들의 발음과 연기 등을 지도한다.

이들 부부 모두 현재 국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브로드웨이에서 무대 경력을 시작했다.

마이클 리는 "관객에게 비교적 친숙한 얼굴인 데다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캐스팅된 것 같다"며 "뮤지컬 팬들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성악가들의 뮤지컬 출연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들의 클래식 공연 출연 역시 클래식계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새로운 팬들을 클래식 공연에 진입시킬 수 있는 시도"라며 "다만 눈높이가 높은 기존 애호가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 질을 유지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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