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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에서 뭇매 맞은 김명수 사법부의 ‘양승태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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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는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법원의 비협조적 태도가 도마에 올랐다. 대다수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전례 없이 높다”며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고 질타했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의 조속한 구성과 사법농단 연루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사법 불신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김 대법원장은 국감 인사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사법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재판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 법원의 행태는 이런 약속과 거리가 멀다. 지난 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거주지에 대한 네 번째 압수수색 영장 기각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영장전담 판사가 제시한 기각 사유는 “주거,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자체가 주거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인데, 그런 이유라면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러니 국감에서 “죄는 양승태 사법부가 지었는데 왜 욕은 김명수 사법부가 먹느냐”는 질책이 나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의 몸통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의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미루는 과정에 직접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이나 통진당 관련 행정소송 등 법원행정처가 관여한 의혹을 사는 여러 사건도 양 전 대법원장의 뜻과 무관하게 추진됐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 증거를 확보하려면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 압수수색은 불가피하다.

최근 법원은 전직 대법관들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핵심 수사 대상에 대해선 여전히 높은 벽을 치고 있다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호’하는 것으로 비치는 한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김 대법원장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상규명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