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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몸에 붙이는 '전자피부'… 심혈관·당뇨 환자 24시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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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UC샌디에이고 셍 수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표지에 목에 붙이는 우표만 한 크기의 전자 피부를 발표했다. 전자 피부는 피부에 달라붙어 자유롭게 휘어지는 센서 장치를 말한다. 연구진은 전자 피부를 목에 붙이고 있으면 심장 근처의 혈압을 측정해 심혈관 질환을 앓는 환자를 24시간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를 뽑거나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전자 피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혈압은 물론, 심장박동과 혈당 수치까지 측정하는 전자 피부들이 개발됐다. 번거로운 검사 장비를 쓰지 않고 간단하게 전자 피부를 몸에 붙이기만 하면 인체 내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음파로 심장 이상을 조기 감지

수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해 혈압 변화를 측정하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전자 피부는 초음파가 피부 안쪽 4㎝ 부근에 있는 주요 혈관에 부딪혔다가 반사되는 것을 감지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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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신체 말단의 혈압이 아니라 심장에서 피가 들어가고 나올 때 발생하는 내부의 중심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심 혈압은 심혈관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필수적인 정보가 된다. 중심 혈압에 이상이 생긴 뒤에 나중에 일반적으로 측정하는 말초 혈압에 이상이 오기 때문이다.

기존의 펜 모양 중심 혈압계는 1㎜만 움직여도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전자 피부는 피부에 밀착돼 인체 내부의 혈압 변화를 일관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피 뽑지 않고 땀·눈물로 혈당 측정

전자 피부는 혈당 수치를 늘 측정해야 하는 당뇨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중국 칭화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피를 뽑지 않고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발표했다.

먼저 피부 화장품에 많이 쓰는 히알루론산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종이 배터리를 붙인다. 이러면 양극에서 (+)전기를 띤 히알루론산 이온들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고, 반대로 혈관에서는 당분인 글루코스가 스며 나와 음극에 쌓인다. 20분 뒤 종이 배터리를 떼고 센서를 붙여 글루코스의 양을 측정한다. 이 전자 피부는 지난해 9월 중국 정부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향후 인슐린 주입 패치와 연결해 혈당 측정과 인슐린 공급을 하나의 전자 피부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김대형 교수팀이 땀에 섞인 당분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고 혈당 수치가 낮으면 인슐린까지 방출하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포스텍 한세광 교수는 콘택트렌즈에 전자 피부를 결합시켰다. 눈물에 녹아 있는 당분이 센서에 닿으면 전류가 발생해 혈당 수치를 알 수 있다.

전자 피부가 상용화되려면 우선 전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체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가 아무리 얇고 잘 휘어져도 기존의 딱딱하고 큰 배터리에 연결해야 쓸 수 있다면 활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가발전 가능한 전자 피부도 나와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 박성준 박사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원령 박사, 일본 이화학연구소 허수원 박사, 도쿄대 다카오 소메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유기태양전지를 이용해 별도의 전원 없이도 심장박동을 측정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잘 늘어나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휘어지는 유기태양전지와 유기트랜지스터를 결합했다. 연구진은 태양전지 안에 산화아연으로 반복되는 나노 구조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전자의 이동이 촉진되면서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10.5%까지 높아졌다. 나노 구조는 빛이 어떤 각도에서 들어와도 태양전지의 효율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신체 동작에 따라 형태가 자주 변하는 전자 피부에 적합한 장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실내 조명 아래에서 손가락에 전자 피부를 붙이고 심박 수를 측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UCLA 시밍 장 박사와 캐나다 몬트리올 공대 파비오 시코이라 박사는 네이처에 실린 논평논문에서 "자가발전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하는 데 이정표가 될 만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신체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전송하는 부분까지 유연한 박막 형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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