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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폼페이오, 강경화에게 남북군사합의 항의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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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사전 협의 부족에 불만 토로

닛케이 “무슨 생각이냐며 화내”

외교부 “평양정상회담 전 통화”

강, 논란 일자 “범정부 차원 아니다”

“금강산 관광 제재 적용 안 돼” 발언도

중앙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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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9월 18~20일) 직전 남북 간 군사 분야 합의와 관련, 사전협의가 부족한 데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전화통화에서)충분한 브리핑을 못 받은 상황에서 여러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남북 화해 무드에 집중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크게 화를 낸 소동이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을 힐난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대해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신문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말 강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군사 분야 부속합의서를 문제삼았으며, 특히 남북 군사경계선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데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고 전했다. 한국 측이 사전에 상세한 설명이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어떻게 미국 국무장관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에게 격한 표현을 쓰면서 불만을 토로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격한 표현이라고 단정하지 않겠다. 본인이 브리핑을 충분히 못 받은 것에 대해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이 “미국식 욕설을 했느냐”고 묻자 강 장관은 “그건 분명히 아니다”고 답했다.

강경화 “5·24 조치 해제 검토” 야당 “천안함 유족 이해 구해야”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군사 합의 관련 불만을 표한 것은 정상회담 전이라고 강 장관은 설명했다. 정 의원이 “군사문제 관련해 사전에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없었던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폼페이오 장관이 표시한 것 아니냐”고 묻자 “맞다”고 한 것은 닛케이 보도를 숙지하지 못해 대답에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양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로 정부가 꼽아온 군사분야 합의에 대해 미측이 사전 협의와 정보 공유 부족 등을 이유로 각료급에서 항의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공조가 원활하게 가동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 국방부 내에서도 사전에 한국 국방부의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는 전언도 있다.

강 장관은 이날 국감에서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한 미국과 엇박자를 타는 듯한 발언을 했다. 5·24 조치 해제에 대해 “관계 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가 비판이 일자 “범정부 차원의 논의는 아니다”고 말을 바꿨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강 장관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강산 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 5·24 조치로 정부가 금지해서 못 가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며 이처럼 답했다. 이 의원이 “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지 않으냐”고 질문하자 강 장관은 “관광은 아니다. 그에 대해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도 폐쇄될 때까지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강 장관은 “공단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9·19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명시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한 질의응답이었다.

5·24 조치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정부가 내놓은 독자 제재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방북 불허,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 간 교역 중단, 대북 신규투자 금지 등이 골자다. 금강산 관광은 앞서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중단됐다.

5·24 조치를 해제하려면 이 제재를 부과하게 만든 사유부터 해소돼야 하는데 북한은 천안함 폭침 도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폭침 피해자 유족에게 이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강 장관은 말을 바꿨다. “관계 부처와 검토 중”→“관계 부처가 검토 중”→“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등이다. 이에 야당이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고, 강 장관은 “제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다시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지혜·권호·권유진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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