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정책 국감장서 불쑥 제기 / 국제사회 대북제재와도 어긋나 / 한·미 협의 통해 신중히 추진해야
5·24조치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2개월 후 이명박정부가 내놓은 대북제재다. 여기에는 북한 선박의 우리 측 해역 운항 및 입항 금지, 남북교역을 위한 물품의 반입·반출 금지,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 이외 지역에 대한 우리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및 기존 사업 투자 확대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조치는 그간 하나둘씩 해제돼 느슨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의 검토는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한 감이 있다.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차 방북에 앞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5·24조치 해제 검토는 미국이 밝힌 원칙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내 조율을 거쳤는지도 분명치 않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조명균 장관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도 어긋나는 이런 설익은 정책을 국감장에 불쑥 내던진 의도가 궁금하다.
강 장관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신고를 보류하자는 중재안을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먼저 영변 핵시설 폐쇄와 종전선언을 맞교환하자는 것이다. 강 장관은 연거푸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혼선을 초래한 셈이다. 폼페이오 방북 이후 북핵문제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북한이 이미 갱도가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을 두고 “같은 말을 두 번 팔았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판이다.
북한은 우리 장병을 수장한 천안함 폭침에 대해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천안함 폭침을 남한의 자작극으로 선전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중단을 놓고 “반통일 세력들에 의해 10·4 선언을 비롯한 모든 북남 사업이 전면 부정당했다”고 성토했다. 그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취해 제재를 풀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한반도 안보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국가 안보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성급하게 추진하면 훗날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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