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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벼랑 끝 사람들-②고통 없는 세상은 없다]국민 4명 중 1명 정신병력…‘상담만 해도 주홍글씨’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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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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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정신질환 평생유병률 25.4%…‘남 얘기’ 아니야

-정신과 문턱 낮췄지만…한쪽에선 “여전히 기피 분위기‘

-자살 시도로 응급실 와도…다섯 중 하나는 ‘진료 거부’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1명은 좋든 싫든 한 번쯤 정신질환을 겪는다. 정신질환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병이지만, 정작 환자들은 병원에 가기 전부터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있다.

과거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환자들이 진료를 거부하자 정부가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시행 2년이 지난 지금도 일선 현장에서는 진료를 꺼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 5102명을 상대로 진행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5.4%로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1년 유병률 역시 11.9%에 달해 남녀에 상관없이 한 해 동안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람은 4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중 15.4%는 평생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며 3%는 자살을 계획, 2.4%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의 50.1%, 자살 계획을 실제로 세워본 사람의 68.7%, 자살 시도자의 75.1%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문제는 정신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1만3020명 중 정신과적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는 4713명에 달한다. 전체 자살자 셋 중 한 명은 정신건강 때문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면서도 정작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과 진료 기록이 민간보험 가입에 걸림돌이 됐지만, 지난 2016년부터 약관이 개정돼 이른바 ‘F코드’(우울증ㆍ불면증ㆍ조현병 등을 일컫는 상병코드)로 분류되더라도 보험 가입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조금 다르다. 한 지자체 복지담당 관계자는 “매뉴얼에 따라 인근 병원을 소개해줘도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저소득층 상담자의 경우 보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와 상의한 적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9.6%에 불과해 미국(43.1%)이나 캐나다(46.5%)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상황이다. 심지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로 옮겨진 경우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뢰 비율은 전체 중 67.8%에 그쳤다. 반대로 내원자 21.9%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온 상태에서 정신과 진료를 거부했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병력을 알게 될까 두렵다”는 이유를 댔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자살시도자를 위한 별도 전문가가 상주하며 사후지원을 돕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자살시도자 본인이 완강히 거부하는 경우에는 재발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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