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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리뷰]영화 ‘군산’ 조선족과 재일교포…그들을 보는 한국인의 이중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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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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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대표적인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이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군산)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재중동포 출신으로 경계에 관해 이야기해 온 장 감독은 <군산>에서 재중동포 등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아이러니하고 이중적인 시선을 그린다.

영화는 전북 군산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관광안내도를 보고 있는 윤영(박해일)과 송현(문소리)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국수집에서 아침 식사를 한 두 사람은 국수집 주인의 추천으로, 일본식 건물로 된 민박집을 찾는다. 두 사람이 연인은 아니다. 윤영이 한때 송현을 좋아했지만, 송현은 윤영의 친한 선배와 결혼했다. 윤영은 송현이 이혼한 사실을 알고 송현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러나 송현은 윤영에게 관심이 없다. 오히려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자폐를 앓는 딸(박소담)을 키우는 민박집 주인(정진영)에게 관심을 보인다.

재일동포와 재중동포 중 많은 이들이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벗어난, 100년 전만 해도 같이 사는 조선인이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매우 다르다. 부르는 용어부터 다르다. 일본에 거주하는 이들은 ‘재일교포’라 부르는 반면, 중국에 거주하는 이들은 ‘조선족’이라고 부른다. 영화는 일상 속에서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폄하하고, 차별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재일교포와 대비해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겉으로는 우아하게 보여도 물밑으로는 끊임없이 물질을 하는 거위처럼, 이중성을 띤다. 대표적인 인물은 송현이다. 송현은 중국과 일본에 대해 다소 상반된 입장을 취한다. 송현은 평소 재중동포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권리 증진을 요구하는 집회(알고 보면 주최 측은 가짜 재중동포)에도 참석하고, 재중동포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조선족 아니냐’라는 말에는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낸다. 반면 일본은 매우 좋아한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영화의 구성도 독특하다. 이야기의 중·후반부를 먼저 보여주고, 초반부가 시작된다. 가령 시간 순서를 ‘ㄱ-ㄴ-ㄷ’이라고 하면 군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ㄴ-ㄷ을 먼저, 이후 서울이 배경인 ㄱ-ㄴ을 보여준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ㄴ을 기점으로 한국 속 중국과 일본을 대비한다. 시인 윤동주 하면 온통 ‘서시’밖에 없는 풍경 등 장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소소한 웃음포인트, 군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는 전개 등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박해일은 “(장 감독의) 영화는 보면 볼수록, 감상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곱씹어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군산> 역시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영화 곳곳에서 단물이 샘솟는다. 다음달 8일 개봉.

부산 |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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