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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벼랑 끝 사람들- ① 비극의 시작] 청년도 노년도 “삶이 힘겨워”…하루 34명이 스스로 생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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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34명. 지난해에만 1만246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률 순위에서는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 나라의 미래라는 청소년은 “희망이 없다”며, 노후를 즐겨야 할 노년은 “삶이 힘겹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매년 OECD 최상위권…‘자살공화국’의 민낯=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2463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34.1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셈이다. OECD 기준인 10만명 당 자살률로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4.3명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6면

최근 인구 10만명 당 자살률 26.7명을 기록한 리투아니아가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회원국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2009년 33.8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자살률은 최근 소폭이나마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30명 대 밑으로 떨어진 자살률은 지난해 25명대로 낮아졌다. 당장 지난해(25.8명)와 비교해도 자살률은 5% 가까이 감소했다. 그러나 OECD 자살률 3위인 라트비아(18.1명)나 일본(5위ㆍ16.6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중ㆍ고생 20명 중 1명은 “죽고 싶다”…유독 느는 10대 자살률=지난 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2세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 양의 시신 옆에 놓인 가방에서는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A 양의 별다른 외상이 없는 점과 함께 발견된 메모의 내용을 바탕으로 A 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주변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A 양의 비극처럼 기댈 곳 없는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4.7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청소년만 556명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11.2명, 사흘에 한 명꼴로 비극이 반복되는 셈이다. 특히 감소 중인 전체 자살률 추세 속에서 유독 청소년 자살률은 최근 2년 사이 0.5명이나 증가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자살 위기에 놓인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한국아동ㆍ청소년 패널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국의 중학교 1학년생과 고등학교 1학년생 중 5.7%가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0.7%는 ‘현재 자살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든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도 안 됐는데”…노년층도 아우성=노년층의 자살 문제 역시 심각하다. 매년 자살률은 소폭 줄어들고 있지만, 노년층의 자살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 80대 노년층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70명을 기록했다. 전체 자살률과 비교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70대(48.8명)와 60대(30.2명)도 전체 자살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성별을 나눠 살펴보면 노년층의 자살률은 더욱 심각해진다. 80대 노인 중 남성의 자살률은 지난해 138.4명을 기록했다. 남녀 간 자살률 격차는 3.6배에 달해 모든 연령층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심각한 노년 자살률의 배경에는 ‘빈곤한 노후’가 있다.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한 ‘2017년 노인인권 실태조사’에서 노인층의 절반 가까운 48.8%가 ‘여생을 빈곤에 시달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답변을 했다. 노후를 위한 재정적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답변도 35.5%나 됐다. 실제로 노년층의 자살 충동 원인 중 ‘경제적 어려움’이 40.4%로 건강(24.4%)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우리나라 전체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은 연간 6조4769억 원으로, 암 사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연간 14조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162억원으로 옆 나라 일본(7508억원)의 2.1% 수준이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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