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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주열, 당·정 금리 압박 되받아쳐 “집값 저금리 탓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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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김현미 저금리 원인론에

이 총재 “수급 불균형 등 여러 요인”

“향후 금리 인상 여부 결정할 때

외부 인사들 발언 신경 안 쓸 것”

중앙일보

이주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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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최근의 주택가격 급등이 저금리 때문”이라는 정치권과 정부 일각의 지적에 대해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결과”라고 맞받아쳤다. “향후 기준금리 결정 때 외부 인사들의 발언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못 박기도 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내놓은 ‘저금리 주범론’과 ‘금리 인상 당위론’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7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5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주택가격 상승에는 저금리 등 완화적인 금융 여건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크게 오른 것은 주택수급 불균형이나 개발계획 발표 이후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 확산 등 여러 요인이 같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요인이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냐는 논쟁은 현재로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부의 의견을 너무 의식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을 하지 않거나, 인상이 적절치 않은데도 인상하는 등의 결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의 ‘금리 월권’ 또는 훈수에 대한 반박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3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금리 인하가 결국은 빚내서 집을 사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며 “이 문제(금리 인상)에 대해 조금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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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급등 원인 및 금리 인상 관련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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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압박은 더 강도가 높았다. 그는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 때 집값 급등의 원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된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변화하지 않은 것이 유동성 과잉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가 내놓은 발언은 이들의 발언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원칙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조정 여부 및 시기는 18일 발표될 경제전망 수정치와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 정도, 금융 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금통위가 본연의 맨데이트(Mandate·책무)에 따라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회적으로 정부·여당을 비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가 저금리와 함께 부동산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주택수급 불균형이나 개발계획 발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표적인 집값 잡기 실패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일부 전문가는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변죽만 울리는 정책 대신 서울 시내 요지 등 선호 지역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대적인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발표가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이 총재는 18일로 예정된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와 관련해 “성장과 물가에 관한 종전 전망치가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2.9%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다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 금리 인상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 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하고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 안정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뒀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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